참여정부 부동산실패 되풀이한 文정부…사과도 남탓도 똑같았다

국민일보

참여정부 부동산실패 되풀이한 文정부…사과도 남탓도 똑같았다

투기세력·다주택자 잡자는 논리
부동산급등 원인 ‘모두 남탓’
당국자들 발언은 논란 부추기고

입력 2021-01-20 05:00 수정 2021-01-20 05:00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신년사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대란’의 늪에 빠진 문재인정부 집권 5년차가 결국은 노무현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과 판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폈다가 부작용만 양산하는 등 결국 시장에 완패했고, 부동산 민심 악화로 대통령이 집권 5년차 대국민사과를 했다. 임기 말 부랴부랴 공급확대 기조를 내세웠지만 국민들과 시장의 불신이 깊어져 정책효과가 반감됐다는 점도 문재인정부가 노무현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방증으로 꼽힌다.

집권 5년차 반복된 ‘부동산 사과’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벌써 두 차례나 부동산 문제로 고개를 숙였다. 지난 11일 신년사에선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했고,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선 “결국 부동산 안정화엔 성공하지 못했다”며 실패를 인정했다.
집값 폭등이 계속됐던 지난해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것과는 달랐다. 임기 말 안정적인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자리에서 대통령이 거듭 사과할만큼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1월 23일 신년 특별연설을 통해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올라서 미안하고, 국민 여러분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번에 잡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임기 내내 투기세력 규제 중심의 정책을 폈지만 집값 폭등을 막지 못한 데 따른 대국민사과였다.

사과 메시지를 내놨지만 정책 실패의 원인은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는 점도 비슷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부동산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상황”이라며 “작년에 인구가 감소했는데도 61만 세대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저금리와 가구 구조 예측 실패가 겹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설명으로, 지난해 전세대란 당시 공급부족 비판에 대해 여권에서 내세웠던 방어 논리와도 같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과 여권이 내세우는 1~2인 가구 증가 등 세대 분화론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반박한다. 2019년부터 계속된 수도권의 급격한 세대 분화는 최근 집값 상승과 맞물린 청약시장 호황 탓에 세대를 분리한 효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1인 가구가 전세보다 월세 비중이 높은 점은 세대 분화가 전세난의 원인이라는 여권의 주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서울 여성 1인가구 주거현황’에 따르면 20대 여성 1인 가구의 월세 비중은 69.1%, 30대 여성 1인 가구 월세 비중은 54.9%에 달했다.


노 전 대통령도 당시 집값 급등 원인에 대해 “부동산을 한 번에 못잡은 것은 반대와 흔들기 때문”이라며 집값 상승을 부추긴 언론과 투기세력 탓으로 돌렸다. 또 “참여정부는 국민임대주택을 매년 9만호씩 건립해 서민들을 위한 주택을 착실히 공급해왔다”며 “수출이 많아져 유동성이 풍부해졌는데 유동성 관리를 못한 것”이라고 했다.

‘투기세력이 문제’라는 안일한 판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서울 아파트 정권별 시세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투기세력과 다주택자만 잡으면 된다는 논리에 사로잡혀 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을 무시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결과는 ‘벼락거지’ ‘영끌매수’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집값 급등과 시장의 혼란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다주택자 종부세율을 기존의 2배 수준으로 높이고, 1년 미만 보유 주택을 팔면 70%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키로 하는 등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집값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5평형 기준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참여정부 임기 내 3억1000만원에서 5억7000만원으로, 문재인정부 들어 6억6000만원에서 11억9000만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현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조정대상지역 확대 등 수요 억제책을 폈으나 ‘풍선효과’로 비규제지역 집값이 상승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노무현정부 당시에도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시장에 역행하는 정책이 쏟아졌다. 강남 재건축 투기수요를 막으려고 시행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주택 공급을 막는 결과를 낳았다. 서울 강남3구와 목동, 경기도 분당 용인 평촌 등을 이른바 집값 거품이 심한 ‘버블 세븐’ 지역으로 지정해 집중 규제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부동산시장 혼란이 심했던 노무현·문재인정부에서 고위공직자들의 실언은 성난 민심에 불을 질렀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의 이백만 홍보수석은 2006년 11월 브리핑에서 정부 대책을 믿어달라며 “비싼 값에 지금 집을 샀다가는 낭패”라고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는 또 “일부 건설업체와 금융기관, 부동산중개업자, 부동산 언론 등이 시장을 교란했다”며 시장 혼란의 책임을 떠넘기기도 했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공급대책을 묻자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말해 ‘마리 빵투아네트’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인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면 임대주택으로도 주거의 질을 마련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해 국민 여론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 불신 속에 공급정책 약발 먹힐까
문재인정부가 올해 들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지난 4년간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경험한 국민들의 신뢰회복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잡은 시점이어서 40%를 밑도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에도 암초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12월 1주(12월 1~3일 조사) 39%를 시작으로 올해 1월 2주(1월 12~14일 조사)까지 4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주간 부정평가율은 모두 50%를 웃돌았는데, 부정평가 이유 1위는 모두 부동산정책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는 노무현정부 임기 말인 2007년 초반과도 유사하다. 한국갤럽이 2007년 2월 19일 조선일보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서 ‘노무현정부에서 가장 잘못한 일’을 묻는 질문에 부동산정책이 26.9%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부적절한 언행’(15.0%)과는 격차가 컸다. 당시 노무현정부는 집값이 급등하자 2006년 수도권 신도시 공급주택 물량 확대(11·15 대책), 2007년 실수요자 중심 청약제도 개편(1·11 대책) 등 안정화 방안을 내놨으나 민심을 되돌리지 못했다.

문재인정부도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도심 공공재개발 등 획기적인 공급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20일 “다주택자가 집을 팔게 해 시장을 안정화해야 하는데 정부는 거꾸로 가고 있다”며 “현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백상진 이현우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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