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피해자 가족 “죽음으로 달아난 그의 명예만 소중한가”

국민일보

박원순 피해자 가족 “죽음으로 달아난 그의 명예만 소중한가”

입력 2021-01-20 15:32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뉴시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이 18일 입장문을 내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남 의원은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을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유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 어머니는 “죽음으로 모든 책임 회피한 그(박원순)의 명예만 소중한가”라며 “이낙연·윤준병·진혜원 같은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피폐해졌다”고 호소했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 공동변호인단은 이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지난 12월 30일 검찰의 사건 초기 수사결과 발표 뒤, 지난 6개월간 무수히 자행되어 온 2차 피해와 피해·피해자를 부정하는 고위층 입장에 대해 가족들의 심경을 밝히기로 했다”며 피해자 A씨와 피해자의 아버지, 어머니, 동생이 각각 쓴 입장문을 공개했다.

입장문에서 A씨는 “남인순, 김영순(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임순영 세 사람에 의해 7월의 참담함이 발생했고, 오늘까지 그 괴로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상황에 책임지는 행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A씨는 “세 분의 잘못된 행동의 피해자는 나뿐만이 아니다. 여성운동과 인권운동에 헌신하며 인생을 바치는 사람들에게 충격이 됐고, 의지할 곳 없이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았던 나와 같이 연약한 피해자들에게 두려움과 공포가 됐다”고 말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당시 임순영에게 연락한 것은 맞지만 피소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남 의원의 해명에 대해서는 “피소사실과 피소예정사실이 다르다는 프레임을 만드시려는 것 같은데, 피소사실보다 피소예정사실의 누설이 더 끔찍하고 잔인하다”고 했다.

피해자는 “피의자 쪽에서 대책을 논의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박 전 시장이 사망했다”면서 “나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 잘못된 행위에 대한 사과를 받고, 상대방을 용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모든 기회를, 세 분이 박탈했다”고 말했다.

남 의원이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2차 가해가 벌어질 환경을 조성했다”며 “이제라도 본인이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 은폐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나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내려놓으라”고 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입장문에서 “피해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내가 죽으면 인정할까?’라는 말을 한다. 자기의 모든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며 만일을 위해 기억하고 있으라고 한다”며 “죽으면 또 악성 지지자들이 ‘그것 보라고 지가 잘못했으니 죽은 거’ 라고 나올 거라고 그럴수록 더 씩씩하게 살자고 겨우 달래 놓는다”고 했다.

이어 “겨우 달래 놓으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대표가 나와서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하고, 또 달래 놓으면 윤준병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사필귀정이라는 둥 뭐라 하고, 또 달래 놓으면 진혜원 검사가 꽃뱀이 어쩌고 뭐라 하고, 김주명(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오성규(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민경국(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 김민웅(조국백서 추진위원장)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또 한마디씩 황당한 소리를 하고, 그런 상황이 되풀이되며 우리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폐해졌다”고 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이제는 인터넷상에 실명과 실물 사진 동영상까지 유포하며 온갖 수단으로 피해자를 공격하고 있다. 죽음으로 모든 책임을 회피한 그의 명예만 소중하고 밝은 미래를 향해 꿈을 키워온 작고 작은 피해자의 명예는 이렇게 더럽혀져도 되는 것이냐”며 “제발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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