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했더니... 경찰 “CCTV 보려면 1억 내세요”

국민일보

아동학대 신고했더니... 경찰 “CCTV 보려면 1억 내세요”

경찰청 ‘아동학대 수사 업무 메뉴얼’ 논란
경찰 “CCTV 보려면 모자이크 비용 내야”
비용 시간당 150만원… 부모 “열람 포기”

입력 2021-01-20 17:22 수정 2021-01-20 17:26
방송화면 캡처.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연관이 없습니다.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관련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경찰이 어린이집의 학대를 신고하며 CCTV 열람을 신청한 아동 보호자에게 1억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영상 속 사건과 관련이 없는 사람의 모자이크 처리 비용을 신청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CCTV 열람 비용 1억"

20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 기장경찰서는 기장군 한 국공립 어린이집 아동 학대 의혹 사건과 관련, 아동 보호자에게 CCTV 열람을 위한 비용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고 안내했다.

경찰은 CCTV에 등장하는 제3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매뉴얼에 따라 조치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부모는 “영상을 보기만 할 건데 이렇게 비싼 비용을 내고 모자이크해서 보라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피해를 주장하는 아동 어머니는 언론을 통해 “어린이집에서 제공한 영상을 봤는데, 아이만 빼고 전부 모자이크해 상황을 알 수 없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가 요청한 CCTV는 2주 분량이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비식별화 조치’에 들어가는 비용은 분당 2만5000원으로 시간당 150만원 선이다. 주 5일, 하루 8시간 2주 분량을 처리하려면 약 1억2000만원의 비용이 예상된다.


과도한 비용… 영유아보육법 취지 무색

어린이집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범죄 특성상 범행이 발생한 시간대를 특정하기 어렵다. 상습 학대 가능성도 있기에 피해 아동 측은 CCTV 녹화 시간대를 최대로 요구하고 비용은 천정부지로 뛸 수밖에 없다.

지나친 비용이 피해 부모의 열람을 막고 있는 것이다. 아동학대 예방을 목적으로 2015년 개정된 영유아보호법에 따라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됐고, 보호자는 자녀의 안전을 확인할 목적으로 영상을 열람하고자 하면 규정에 따라 영상을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이 2019년 ‘아동학대 수사 업무 메뉴얼’을 근거로 모자이크 비용을 열람을 원하는 측에 부담시키면서 열람권이 있는 보호자들조차 영상을 열람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해당 메뉴얼은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CCTV 영상 모자이크 비용을 열람을 원하는 측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아동학대를 근절하겠다며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한 법 취지에 맞게 열람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A씨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이현 측은 “교사나 다른 아이들 개인정보도 있겠지만 열람만 하겠다는 건데 너무 과한 비용을 내도록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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