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한 아내와 VR로 재회한 5남매 아빠 “그림자라도…”

국민일보

사별한 아내와 VR로 재회한 5남매 아빠 “그림자라도…”

MBC ‘너를 만났다 2’ 출연한 김정수씨
병으로 세상 떠난 아내…김씨의 특별한 재회

입력 2021-01-22 11:14 수정 2021-01-22 13:13
4년 전 아내와 사별한 김정수씨. MBC '너를 만났다'

“아내의 그림자만이라도 보고 싶어요….”

4년 전 아내와 사별한 김정수씨가 21일 MBC ‘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시즌 2’에 출연해 한 말이다. 지난해 초 큰 반향을 일으켰던 ‘나연이’ 편에 이어 ‘로망스’ 편으로 돌아온 ’너를 만났다’는 비록 가상이지만 김씨와 아내의 감동적인 재회를 그려 시청자를 또 한 번 눈물짓게 했다.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아내와의 재회를 앞두고 다섯 자녀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김씨는 아내 성지혜씨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운명처럼 처음 만났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성씨를 추억하던 그는 첫 만남 당시 성씨의 모습과 옷차림을 설명하며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성씨의 연애 편지를 읽는 아이들. MBC '너를 만났다'

김씨와 다섯 아이들은 연애 시절 성씨가 사용했던 노트를 함께 읽기도 했다.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읽어 가던 노트에는 낮에도 김씨의 심장 소리를 듣기 위해 ‘오빠 셔츠의 두 번째 단추가 되고 싶다’는 성씨의 사랑 고백이 담겨 있었다. 아이들의 목소리로 성씨의 편지 내용을 묵묵히 듣던 김씨는 미소를 짓다가도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이어 아이들과 함께 성씨가 잠들어 있는 장소를 찾았다. 둘째 딸 종윤양은 엄마를 보고 나와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고, 김씨는 그런 딸의 곁에서 말없이 등을 어루만져줬다. 김씨는 제작진에게 “그냥 아내의 그림자만이라도 보고 싶고 아이들이 엄마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눈물 흘리는 둘째 종윤양. MBC '너를 만났다'

첫째, 둘째는 김씨와 성씨를 유별나게 다정했던 엄마 아빠로 기억하고 있었다. 일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TV를 볼 때도 수시로 뽀뽀를 했다고 한다. 엄마가 아파서 머리카락이 빠졌을 때도 아빠는 엄마가 ‘예쁘다’며 안고 다녔다. 엄마는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사랑을 듬뿍 주고, 듬뿍 받던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아이들은 김씨의 방송 출연을 반대했다. 첫째와 둘째에게 엄마의 죽음은 너무 아픈 기억이었고 이를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두 딸의 반대에 출연 포기를 고민했던 김씨. 다행히 딸들이 마음을 바꾸면서 아내와의 재회가 성사될 수 있었다.

첫째 딸 종빈양은 출연을 반대했다가 마음을 바꾼 이유에 대해 “(극복하고) 더 행복하게 살 방법을 마련하는 중인데 아빠가…”라며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애 다섯을 낳은 사랑하는 여자니까. 내게는 ‘내 마지막 소원이다’라는 아빠의 말이 들렸다”고 했다. 둘째 종윤양도 “아빠가 용돈 끊는다고 하고 빌기도 했다”고 말했다.

성씨를 VR(가상현실)로 재현해내야 하는 MBC 디자인센터 VFX(특수영상) 팀은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가족의 기억을 바탕으로 가상 공간 속 성씨의 모습을 구현했다. 더욱 정밀한 표현을 위해 100여대의 고해상도 카메라를 이용한 광합식 모션 캡처 방식이 사용됐다.

가상 공간에서 VR로 재현된 아내와 손을 잡은 김씨. MBC '너를 만났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아내를 만나는 날. 재회 장소로 온 김씨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장비를 착용하고 가상현실 속에서 익숙했던 공간을 본 김씨는 “지혜야”라고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끝내 울음을 쏟아냈다.

지난해 2월 MBC 특집으로 방송됐던 ‘너를 만났다 시즌 1’은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 나연이와 재회하는 장지성씨의 모습을 담아 화제가 됐다. MBC 창사 60주년으로 기획된 ‘너를 만났다 시즌 2’, 로망스의 2부는 28일 목요일 밤 9시20분에 방송될 예정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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