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장면 고스란히…” 항의 쏟아진 ‘궁금한이야기Y’

국민일보

“성폭행 장면 고스란히…” 항의 쏟아진 ‘궁금한이야기Y’

입력 2021-01-23 16:00
마을 이장이 할머니 집으로 들어가는 CCTV 장면. SBS '궁금한이야기Y' 캡처

SBS 시사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가 마을 이장에게 성폭행을 당한 85세 노인의 사연을 전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 측은 성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피해자 입장을 생각하지 않았다” “2차 피해 박제”라는 등의 항의글이 쏟아졌다.

지난 22일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한 시골 마을의 이장 박씨가 80세가 넘은 할머니를 성폭행한 사건을 전했다. 할머니 집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따르면 마을 이장 박씨는 지난해 7월 할머니가 혼자 사는 집에 찾아왔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박씨는 할머니의 신체를 만졌다. 그는 이후에도 할머니 집에 찾아와 추행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성폭행 CCTV 장면을 방송에 노출했다. 모자이크 처리가 됐지만 당시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제작진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관련 게시물만 20개 넘는다.

SBS '궁금한이야기Y' 시청자 게시판 캡처

한 시청자는 “피해자의 CCTV 장면을 TV에 그대로 내보내다니…”라며 “모자이크를 했지만 무슨 행위를 하는지 다 보일 정도였고 보는 내내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 여성 피해자의 성폭력이 담긴 CCTV였어도 그대로 내보내겠느냐”라며 “재현 장면으로 대체 할 수 없었나. 그분의 주변 사람들은 이제 피해자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하게 됐다. 내가 피해자라면 방송을 보고 더 상처 입었을 것 같다. 재방송 분에는 CCTV 장면 삭제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작성자는 “오늘 방송 CCTV 영상 노출 신중했어야 하지 않느냐”라며 “오늘 할머님 시골 마을에서 당하신 사건을 보고 살이 벌벌 떨려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어 “CCTV 영상 그렇게 내보내면 가족들, 특히 할머니가 다시 그 상황을 떠오르지 않겠느냐. 모든 성폭행 사건이 피해자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과정에서 두 번 죽인다고 한다. 지금도 손이 벌벌 떨린다”고 비판했다.

SBS '궁금한이야기Y' 캡처

한편 박씨는 여전히 마을 이장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을 만난 박씨는 억울함을 드러냈다. 그는 “노인네가 남자가 그립다고 했다”며 “증거는 없고 들은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씨 아내 또한 “그 할머니가 다른 집에서도 그랬다. 돈을 뜯으려고 우리한테 그러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박씨의 성폭행 사건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경북지방경찰청은 “영상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행위가 강간으로 보기 힘들었다”고 답했다. 법률상 강제 성폭행, 성추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거부 의사가 확인돼야 하는데 이러한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할머니는 “(박씨는) 실컷 만지다 간다. 나는 기운이 없고 힘이 없다. 그래서 내가 내버려 나뒀다”며 “마음으로는 때려죽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팔만 안 아프면 어떻게 할텐데 내 마음대로 못한다. 기운이 없으니까 내가 달려들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김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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