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죽인 가해자, 음주운전 재범” 친구들 눈물

국민일보

“내 친구 죽인 가해자, 음주운전 재범” 친구들 눈물

음주운전 피해 쩡이린 사건 첫 공판
지인들 기자회견 열고 “엄벌 촉구”

입력 2021-01-25 11:20 수정 2021-01-25 14:32
지난해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의 목숨을 앗아간 음주운전 가해자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리는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친구들. 오른쪽은 쩡이린의 생전 모습. 연합뉴스, 국민일보DB

“저희 딸 이린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로 한국에서 유학 중이던 딸 쩡이린을 잃은 대만인 부모가 1심 첫 공판이 열리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쩡이린의 부모는 “음주운전에 대한 더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달라”고 호소했다.

쩡이린의 친구들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쩡이린 부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부모는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위해 정부 기관 등에 청원해 달라”며 “이런 비극적인 사건에 딸의 목숨이 어떤 방식으로라도 도움이 돼 헛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을 요청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쩡이린의 사건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박선규씨, 강대민씨 등의 주도로 열렸다. 법원 정문 앞에 모인 6~7명의 지인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친구의 목숨과 꿈을 빼앗아간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가해자가 재범인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음주운전을 저질렀을 때 강력한 처벌을 받았다면 또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겠느냐”면서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고의 가득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또 “(가해자에게 적용된) 윤창호법은 특별 조정을 거쳐 최고 징역 12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며 “그러나 이건 횡단보도 녹색신호에 건너던 보행자를 숨지게 한 음주운전 재범 사건이다. 양형 기준을 벗어나 가장 무거운 벌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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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박선규씨는 “윤창호법 도입 이후에도 음주운전에 대해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너무 화가 난다. 아직도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너무 부족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입장문을 읽는 내내 목소리를 높이며 비통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던 그는 “더는 음주운전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음주운전을 하면 반드시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학 생활 내내 쩡이린에게 많이 의지하며 지냈다는 중국인 학생은 “이린이는 외국 국적을 지녔기 때문에 한국인이 보호받는 법의 테두리보다 더 먼 거리에 있다”며 “이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 관계자 및 재판부가 사고 경위를 명확하게 조사하고,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으며, 엄하게 처벌할 것을 간청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린이 있어서 한국에서의 제 삶이 더 따뜻할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말하듯 이린은 천사 같은 사람이었다”면서 “이린이가 있었기에 타국의 겨울이 괴롭거나 길지 않았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그러면서 “이린은 한국에서 빛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신학계의 떠오르는 샛별이었다. 그러나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 때문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며 “청춘의 생명을 빼앗고 꿈을 꺾었다”고 비판했다.

신학 박사과정 학생이던 쩡이린은 지난해 11월 6일 교수와 면담한 후 귀가하다가 서울 강남구의 한 횡단보도에서 음주 운전자의 차량에 치인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후 쩡이린의 부모와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내려 달라고 촉구했다.

박씨는 이와 관련, “쩡이린의 부모님은 한국의 법이 이런 사건에 어떻게 정의를 가져올지 이번 재판을 굉장히 유심히 보고 있다”면서 “딸의 사망에 고통스러워하시고, 이린이 생각이 날 때마다 마음이 무너진다고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국민청원은 정부에서 무심한 답변을 한 것으로 생각하신다”고 했다.

쩡이린 측의 법률 대리인을 밭고 있는 법무법인 ‘산지’의 손세영 변호사는 “부모님의 입장으로서 (국민청원에 대한 정부 답변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현지 영사관을 통해 공식적인 서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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