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옮기다 엘리베이터 멈춰” 30분간 공포에 떤 유족

국민일보

“시신 옮기다 엘리베이터 멈춰” 30분간 공포에 떤 유족

입력 2021-01-28 08:58 수정 2021-01-28 10:17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뉴시스 자료사진

대형 종합병원에서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옮기던 중 엘리베이터가 멈춰 유족들이 30여분간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28일 서울시내 A병원과 유족 측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10시30분쯤 병원 본관 엘리베이터가 운행 중 멈춰 시신 1구와 유족 10명, 장례지도사 1명이 35분간 갇혔다.

탑승 당시 공간이 부족해 유족 중 4명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겠다고 했지만 병원에서 15년간 근무한 외주업체 장례지도사가 “괜찮다. 다 타도 된다”며 모두 탑승하도록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엘리베이터 탑승 허용 한도는 24명·1.6t이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뒤 몇 분을 기다려도 미동이 없자 유족들은 인터폰으로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지만 별다른 응답을 듣지 못해 결국 119에 신고했다.

유족들은 당시 시신과 함께 갇혔다는데 공포를 느꼈고, 심장병을 앓던 한 유족은 호흡곤란까지 느꼈다고 전했다. 이후 소방 구조대원들이 도착해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오후 11시5분쯤 갇혀 있던 전원을 구출했다.

유족들은 지금도 폐소공포증 등으로 엘리베이터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호흡곤란을 느끼기도 한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장례를 마친 유족들은 병원에 사고 책임이 있다며 정신과 치료 등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승강기 유지·보수와 사고 발생 책임·보상은 업체 몫이라며 업체를 통해 보상을 받으라고 대응했다. 또 사고 발생 후 인터폰 호출을 받은 업체 직원이 수동 조작으로 엘리베이터를 하강시키는 등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업체 측은 탑승객 부주의에 따른 사고라는 입장이다. 업체 측은 유족에게 “한쪽에 시신 운반 침대를 두고 다른 쪽에 11명이 몰려 수평이 맞춰지지 않으니 안전 확보 차원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춘 것”이라며 “엘리베이터는 정상 작동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유족들은 “병원에 진료와 장례를 하러 온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임에도 병원 측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승강기 업체도 나 몰라라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있는데 책임진다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고 항의했다. 유족들은 피해 보상을 받을 때까지 문제 제기를 계속할 계획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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