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엄마 찾았어요” 쌀 70포대로 돌아온 선행 [아직 살만한 세상]

국민일보

“헤어진 엄마 찾았어요” 쌀 70포대로 돌아온 선행 [아직 살만한 세상]

입력 2021-02-04 11:00 수정 2021-02-04 11:05
업무하고 있는 광주 서구청 이재금 주무관 광주 서구청 제공

“덕분에 50년 전 헤어진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광주 동구 화정1동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주무관 이재금(47)씨는 지난해 12월 평소 자주 보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사연을 접했습니다.

‘생후 7개월 때쯤 헤어지게 된 어머니를 찾고 싶습니다’라는 50세 중년 남성 A씨의 간절함이 담겨 있는 사연이었죠.

A씨는 “어머니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도 적은 데다 행정청에 남아 있는 기록 역시 정확하지 않다”며 막막함을 호소했습니다. 혹시나 이 사연을 통해 작은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A씨는 글을 올렸을 겁니다.

이 사연을 본 이씨는 주저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자신의 행정 경험을 살려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가족관계증명서나 재적증명서를 뒤져보면 찾을 수 있다’는 댓글을 남겼죠. 댓글로 인연이 닿은 이씨와 사연자 A씨는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50년 전 헤어진 어머니의 행방을 함께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A씨 어머니를 추적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여러 차례 A씨와 대화를 나누던 끝에 A씨가 어렴풋이 어머니에 대한 기억 한 조각을 떠올렸습니다.

A씨가 초등학교 2학년 무렵 경기도 포천에 살고 있던 어머니를 만났었는데 어머니의 재혼 자녀 이름이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 이름과 같았다는 거였죠.

어렵게 찾아낸 한 줄기 희망에 이씨는 자신의 권한이 허용되는 한도 내에서 이름과 등록 기준지 등을 조회해본 결과 A씨 어머니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기적 같은 일이었죠. 결국 A씨 모자는 이씨의 도움으로 지난달 16일 무려 50년 만에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사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연자 A씨는 이씨의 선행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서구청으로 10㎏짜리 쌀 70포대를 기부했습니다. 그리고 이 쌀은 다가오는 설 명절을 맞아 생활 형편이 어려운 관내 주민들에게 전달됐습니다. 누군가의 선행이 다시 선행으로 보답되어 온 훈훈한 결말이었습니다.

이씨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 부닥친 민원인들을 가능한 한 성심껏 돕는 것이 저의 공직생활의 중요한 가치였다”며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선뜻 내미는 도움의 손길들은 매번 기적 같은 일들을 만들어냅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일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 우리의 세상은 더 따뜻해지고 있을 겁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유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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