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깨진 근로계약서

국민일보

한달 만에 깨진 근로계약서

동남아 e스포츠 기업 플리니우스, 국내 발로란트팀에 임금 체불
국내 오버워치팀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

입력 2021-02-17 00:19
지난해 12월5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진행된 ‘발로란트 퍼스트 스트라이크 코리아’ 대회 현장의 풍경. 클라우드 나인(C9) 코리아 선수들이 경기에 몰입해있다. 베어클로 게이밍(BCG)은 이 대회 이후 해체된 C9 코리아와 T1 코리아 선수들을 주축으로 영입했다. 라이엇 게임즈 제공

베어클로 게이밍(BCG) ‘발로란트’ 종목팀 김덕중 단장이 모기업 플리니우스(Plynius)로부터 임금 체불을 당하고 있다고 지난 15일 개인 SNS 채널을 통해 폭로했다. 플리니우스는 동남아 거점의 e스포츠 기업으로 알려졌다.

16일 김 단장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본인을 포함한 스태프 4인, 메인팀(1군) 선수 5인, 아카데미팀 선수 및 코치 6인 등 BCG의 발로란트팀에 소속됐던 15인은 플리니우스로부터 약속받은 1개월분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계약 당시 약속했던 숙소와 장비도 지원받지 못했다.

플리니우스는 지난해 12월 BCG와 MOU를 체결하고, 소속팀의 해체로 자유 계약(FA) 신분이 됐던 클라우드 나인(C9) 코리아, T1 코리아 출신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선수들과는 지난 1월 초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팀을 인수하기 전부터 있었던 기존 선수들은 아카데미팀으로 활용했다.

계약서상 급여 지급일은 2월4일이었다. 플리니우스는 1월15일 김 단장에게 선수단 급여를 미리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차일피일 지급을 미뤄왔다. 플리니우스 대표인 타라 옹은 은행 행정상의 문제, 본인의 건강 문제 등을 핑계로 댔다.

급여 지급을 미뤄오던 플리니우스는 지난 10일 김 단장과 ‘파반’ 유현상 디렉터에게 서울 강남 한 은행 지점을 방문해 급여를 수령하라고 했다. 하지만 은행을 방문한 김 단장과 유 디렉터는 은행 측으로부터 “금시초문”이라는 얘기만 듣고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지난 15일 김 단장과 선수들은 더는 팀에 잔류할 수 없다고 판단, 플리니우스와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양측이 작성한 계약서상의 급여 지급 유예 만기일은 하루 전인 14일이었다.

김 단장과 선수들은 ‘무야호’라는 팀명으로 e스포츠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향후 대회 참가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는 16일 국민일보에 “해당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현재 조사 중에 있다”면서 “참가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오픈 토너먼트 특성상 ‘팀’이 아닌 선수 개개인과 대회 참가 동의서를 맺고 있다. 2회차 본선 시드권은 기존 BGC 선수들에게 주어지므로 이들의 대회 출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플리니우스는 국내 ‘오버워치’ 팀들에도 BGC와 비슷한 방법으로 접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스타라이트 게이밍(SLT) 김한용 대표는 15일 김 단장의 폭로 글을 접한 뒤 팀 SNS 채널을 통해 “SLT는 플리니우스와 접촉하고,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고 밝혔다. 플리니우스는 지난달 말 SLT에 접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플리니우스가 계약 조건으로 SLT에 제시한 조건은 선수들이 지낼 수 있는 숙소, 식비, 선수 및 코치진의 월급, 장비, 선수들에게 필요한 컴퓨터 및 주변 장비의 제공이었다”면서 “계약을 진행하지 않고, 플리니우스에 대한 조사 및 계약조건을 조율하던 상황이어서 금전적으로 큰 손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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