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재영·이다영만 봐주나” 연맹 향한 싸늘한 팬심

국민일보

“왜 이재영·이다영만 봐주나” 연맹 향한 싸늘한 팬심

“학폭 사태 장본인들 복귀길 깔아주기” 비판 여론

입력 2021-02-17 15:40 수정 2021-02-17 15:55
이다영(왼쪽)·이재영 자매. 뉴시스

한국배구연맹(KOVO)이 학교폭력 연루자를 프로 무대에 들이지 않겠다는 규정을 신설했으나 최근 사태의 장본인인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에게는 적용하지 않기로 해 배구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배구협회와는 달리 가해자들의 코트 복귀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라 ‘눈치보기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연맹은 16일 서울 마포구 사무국에서 배구계 학폭 근절 및 예방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연 뒤 향후 학폭 전력을 가진 선수는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면 배제된다고 밝혔다. 이를 숨긴 사실이 뒤늦게 발각되면 영구 제명돼 선수는 물론 지도자로도 활동할 수 없다. 그동안 연맹은 선수인권보호위원회 규정 제10조에 따라 강간·유사 강간·이에 준하는 성폭력·중대한 성추행 시에만 영구 제명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학폭 가담자를 추가해 이들의 프로 데뷔 자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신무철 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최근 불거진 프로선수들의 학폭과 관련해 리그를 관장하고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피해자와 배구 팬들에게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학폭을 저지른 선수를 프로 무대에서 완전히 퇴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라며 “관련 규정은 추후 이사회를 통해 신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15-2016 시즌 V리그 시상식에 참석했던 이재영·송명근. 뉴시스

배구판을 강타한 학폭 사태에 연맹이 공식 사과하고 수습 방안까지 내놨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날 발표된 규정은 신설 후부터 효력을 가져 이미 가해 사실이 드러난 선수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학폭 폭로의 물꼬를 튼 이재영·이다영 자매와 남자부 송명근·심경섭에게는 연맹 차원의 아무런 징계가 내려지지 않는다. 신 사무총장 역시 “해당 선수들에게는 관련 징계를 내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구 팬들이 연맹 결단에 주목했던 이유는 앞서 배구협회가 학폭 가해를 인정한 선수 4명의 국가대표 자격을 무기한 박탈했기 때문이다. 영구 제명으로 못 박지는 않아 징계 해제 여지를 열어뒀다는 비판이 일부 있었으나 지도자 자격을 얻는 데도 치명적인 중징계다. 배구계는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연맹과 아마추어 배구를 감독하는 협회로 나뉜다. 국가대표 운영을 책임지는 협회가 선제적 조치를 했으니 손댈 수 없는 빈틈을 연맹이 채워 학폭 논란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게 여론의 기대였다.

이재영(오른쪽)과 이다영이 득점 후 웃음짓는 모습. 뉴시스

일각에서는 이미 예상했던 결과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있다.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폭 폭로가 처음 등장한 건 지난 8일이었다. 그러나 연맹은 그동안 소속팀 결정이 우선이라며 관련 징계를 미뤄왔다. 흥국생명이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정지를 내린 만큼 연맹의 추가 징계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로써 이들의 코트 복귀는 소속팀의 징계만 풀리면 얼마든지 가능하게 됐다. 게다가 배구 팬들 사이에서는 리그 내 손꼽히는 고액연봉자인 이들을 소속팀이 길게 묶어두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일부 네티즌들 역시 “학폭 사태의 발단이 된 가해자들만 쏙 빼놓은 징계가 무슨 소용이냐” “연맹의 제 식구 감싸기라고밖에 볼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권력에 눈치를 보는 것인가” “별도 규정을 신설하지 않고도 징계는 가능하다. 이번 발표는 보여주기에 불과하다”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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