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올림픽대로서 치매노인을 봤습니다”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올림픽대로서 치매노인을 봤습니다”

입력 2021-02-23 15:41
지난 15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대로 위를 걷던 치매 노인이 시민의 신고로 구조됐다. 신고자(왼쪽)와 할아버지(오른쪽). 대한민국 경찰청 유튜브 캡처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 혼자가 이웃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어떠신가요? 치매로 퇴행하는 노인을 돌보는 일에도 가족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치매 노인이 집을 나선 뒤 기억력 문제로 길을 잃어버리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최근엔 인천에서 70대 치매 노인이 한겨울 집을 나섰다가 실종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노인이 발견된 곳은 집 근처 공터였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강동구에서도 치매 노인이 길을 잃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남성 시민 A씨는 이날 차를 몰고 올림픽대로를 지나던 중 도로 위를 걷고 있는 노인을 목격했습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 위에서 방황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너무나 위태로웠습니다. A씨는 바로 차를 갓길에 세웠습니다. 그는 “어르신을 보는 순간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올림픽대로 위를 홀로 걷고 계신 어르신이 있습니다”

A씨는 서둘러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경찰이 올 때까지 노인의 곁을 지켰습니다.

경찰은 ‘어르신의 몸이 좋지 않아 보인다’는 말에 신속하게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경찰에게 할아버지의 상태를 설명하는 신고자의 모습. 대한민국 경찰청 유튜브 캡처

A씨는 경찰차를 발견하고 다급하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는 서둘러 경찰에게 노인의 상태를 전했습니다.

“어르신이 많이 편찮으신 것 같더라고요. 말씀을 잘 못하시는데, 다리도 많이 편찮으신 것 같아서...”

경찰이 이름과 사는 곳을 물어도 할아버지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인적 사항을 알 수 없어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할아버지 품속에서 그의 이름과 가족 연락처가 적힌 명찰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 연락처를 통해 할아버지의 가족과 연락이 닿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산책하다가 올림픽대로 위까지 오게 됐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은 채 정처 없이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어르신, 저희가 모셔다드릴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편히 계세요”

경찰은 할아버지를 진정시킨 뒤 순찰차에 태웠습니다. 이어 순찰차로 할아버지를 가족이 있는 곳까지 무사하게 모셔다 드렸습니다.

시민의 신고로 무사히 구조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순찰차로 안전하게 이동했다.

영하의 날씨 속에 어르신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한 시민의 따뜻한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재난으로 삶의 여유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이웃에 관한 관심과 사랑을 실천한 A씨의 선행이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어려움에 닥친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아직 살만한 세상]
[아직 살만한 세상] “그날 저희에게 준 따뜻한 치킨 감사합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 “쇠지렛대 들고 담을 넘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 “할머니가 엄지척을 했습니다”
“형제 치킨값 선결제하고 간 고객도 있습니다” [인터뷰]
[아직 살만한 세상] “편의점 천사를 찾습니다”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