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물리고 일상생활 제한… “백신 거부하면 사회서 도태될 것”

국민일보

벌금 물리고 일상생활 제한… “백신 거부하면 사회서 도태될 것”

아시아·이스라엘·유럽, 백신거부자에 불이익 방침
여행제한·시설 출입금지·벌금부과
시민 반발 우려도… 전문가는 “채찍보단 당근을”

입력 2021-02-23 16:09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각국 정부는 조기 집단면역 획득을 위한 속도전에 돌입하고 있다.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공공장소 출입을 금지하는 등 사실상의 처벌 방침도 속속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본인 순번이 됐을 때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 356달러(약 4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는 일반적인 인도 직장인이 벌어들이는 한 달 월급에 해당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 속도를 보이는 이스라엘은 ‘그린 패스포트’ 제도를 활용해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 주요 시설에 대한 출입 권한을 다르게 설정할 방침이라고 지난 21일 밝혔다. 그린 패스포트는 백신 접종자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접종 확인서’로, 미소지자는 호텔과 스포츠시설 등 일부 시설에 출입하지 못할 전망이다.

율리 에델스타인 보건장관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 사회에서 도태되게 될 것”이라며 백신 거부자에게 불이익이 있을 것임을 직설적으로 경고했다. 여기에 브라질 대법원도 정부가 백신 거부자에 대한 공공장소 출입을 거부하고 이들의 공중활동을 일부 금지할 수 있다고 판시함에 따라 접종을 거부했을 때 개인이 져야 할 부담감은 세계적으로 커지는 형국이다.

접종 거부자의 해외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과 호주 등은 이미 백신 접종 증명서를 소지하지 않은 이들의 국가 간 이동을 차단한다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자신의 차례에 백신 접종을 거부하면 기약 없이 접종 순번을 미루는 방식을 채택했다. 한국은 본인 차례를 놓치면 최소 11월이 돼야 다시 접종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는 이들을 위한 여분의 백신을 따로 남겨놓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는 백신 거부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책이 사실상의 ‘접종 의무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실력 행사를 동원한 접종 정책이 오히려 국민의 반발을 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거 흡연억제정책이나 마스크 착용 장려 정책 등에서 봤듯이 강제력 행사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날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팬데믹 초기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자 일부 시민들이 ‘노마스크의 자유’를 외치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의학인권 전문가인 래닛 미쇼리 조지타운대 교수는 WSJ에 “사람들을 억지로 (접종센터에) 찾아오게 하기보다는 당국이 그들을 찾아가야 한다”면서 “채찍보다는 당근을 활용한 정책이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꺼리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쇼리 박사는 백신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정치인 등 유명인사들이 TV 생중계를 통해 백신을 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접종을 신청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백신 센터에 가기 위한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운 고령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세심한 정책도 도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