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격 미달, 왜 아내 말만 들었을까” 정인이 양부 반성문

국민일보

“난 자격 미달, 왜 아내 말만 들었을까” 정인이 양부 반성문

양부 측, 25일 재판부에 반성문 제출
“평생 속죄한다”면서도 “학대 몰랐다”는 입장 재차 강조

입력 2021-02-25 17:09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달 13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양부 안 모씨가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학대를 당하다 사망한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양부가 25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반성문에서 “평생 속죄하겠다”면서도 “아내 얘기만 들은 게 후회된다” 등 자신은 학대를 몰랐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고 한다.

정인이의 양부 안모씨 측 변호인은 이날 안씨가 서울남부지법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한다고 경향신문에 밝혔다. 안씨는 현재 양모의 학대를 방치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안씨는 반성문에 “아빠 된 도리를 제대로 했더라면 정인이는 살았을 것” “결국 아이의 죽음은 전적으로 제 책임” “아이가 죽고 나서도 계속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어떤 방법으로도 아이에게 용서를 구할 수 없을 것 같다”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등 뒤늦은 후회를 담았다. 자신을 “부모로서는커녕 인간으로도 자격 미달”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씨는 반성문에서도 아내의 학대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는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저희 가정을 아껴주셨던 주변 분들의 진심어린 걱정들을 왜 그저 편견이나 과도한 관심으로 치부하고, 와이프 얘기만 듣고 좋게 포장하고 감싸기에만 급급했는지 너무 후회된다”고 적었다.

안씨는 정인이 사건이 알려진 뒤 “아이를 일부러 방치한 게 아니다”라며 “아내의 학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양부모의 학대 정황을 알린 주변인들을 언급하며 “그런 얘기를 왜 안 해줬을까”라고 원망하기도 했다.

안씨는 정인이를 입양한 뒤부터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까지 약 9개월간 한집에서 살았다. 그동안 정인이의 몸에는 여러 차례 멍이 들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머니투데이가 입양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그런 정인이의 목욕을 담당한 건 안씨였다. 정인이가 다녔던 어린이집 원장이 안씨에게 “정인이를 병원에 꼭 데려가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었다. 안씨는 이날 “네”라고 답한 뒤 정인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고, 정인이는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 13일 사망했다.

하지만 안씨는 반성문 제출에 앞서 열렸던 재판에서도 학대를 몰랐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안씨에 대해 “아내가 자신의 방식대로 양육할 거라 믿었다”고 해명했다. 네티즌들은 이같은 안씨 측의 해명을 두고 한집에 사는 아버지가 아이의 학대 피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분노하고 있다. 안씨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며 지난달 4일 등록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게시 열흘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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