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된 미얀마 대사… “군부 막아달라” 유엔 연설 후 해임

국민일보

영웅이 된 미얀마 대사… “군부 막아달라” 유엔 연설 후 해임

입력 2021-02-28 16:17 수정 2021-02-28 17:49

유엔에서 미얀마 정부의 입장을 대표하는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군부 쿠데타 종식을 위해 유엔이 나서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호소했다. 국제사회는 물론, 미얀마 국내에서도 그를 영웅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자 군부는 반역 혐의를 적용해 그를 해임 조치했다. 미얀마 군부가 자기 측 사람을 후임 대사로 파견할 경우 쿠데타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유엔 무대에서 외교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초 모에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유엔은) 미얀마 군부에 대항해 조치를 취하고 시민들에게 안전을 제공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군부 쿠데타와 무고한 시민에 대한 억압을 즉각 중단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 국제사회 차원의 가장 강력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연설 전 자신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를 대표하며 군부 통치 종식을 위한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초 모에 툰 대사는 연설 말미에 버마어로 “혁명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말하며 저항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그가 발언을 마치고 마이크를 끄자 유엔 총회장에 잔잔한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초 모에 툰 대사의 연설 동영상을 공유하며 “미국은 그의 용기 있고 분명한 발언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는 버마(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초 모에 툰 대사의 유엔 총회 연설 소식은 미얀마 국내에도 전파됐다. 미얀마 시민들은 자신들의 편에서 목소리를 낸 그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27일 국영TV를 통해 그가 국가를 배신했다며 대사직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초 모에 툰 대사는 로이터에 “내 능력이 닿는 대로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유엔은 미얀마 군부로부터 후임 대사와 관련한 통보를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군경은 주말 이틀 동안 쿠데타 규탄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남부 다웨이 지역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이자 쿠데타 규탄 시위의 중심지로 꼽히는 양곤에서도 1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미얀마 양곤서 시위 참가자 1명, 군경 총격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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