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편의점 천사를 찾습니다”

국민일보

[아직 살만한 세상] “편의점 천사를 찾습니다”

입력 2021-03-01 11:28 수정 2021-03-01 11:33
게티이미지뱅크(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 페이스북 캡처

“편의점에서 저희 작은아들 먹을 것을 사주신 여학생을 찾습니다”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입니다. 두 아들을 둔 어머니 A씨가 한 여학생을 애타게 찾는다는 내용이었는데요.

해당 글에 따르면 A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힘든 나날을 보냈습니다. 작은아이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결국 A씨는 두 달 전 남편 고향인 경기 하남으로 이사를 와야 했죠. 여기서도 빚을 갚기 위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날도 여느 때와 다름 없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하고, 퇴근을 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왔죠. 그런데 식탁 위에 햇반, 즉석카레, 참치캔까지 많은 양의 음식이 있었습니다. 작은아들은 이날 겪은 놀라운 일을 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오늘 편의점에 가서 컵밥이랑 참치캔이랑 샀는데 돈이 없는거야. 물건을 몇 개 뺐는데도 돈이 안됐어. 그런데 그때 누가 와서 대신 계산해줬어. 햇반이랑 참치랑 즉석카레랑 짜장이랑 과자까지 사줬어.”

대충 계산해도 5만원이 넘는 금액이었습니다. 그런데 여학생의 선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누나가 토요일마다 오후 1시에 편의점으로 오래.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먹고 싶은 것 마음껏 적어오라고 했어.”

A씨는 여학생에게 꼭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제가 들은 이야기는 이것뿐이라 그 여학생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과 월급이 나오면 돈을 갚고 싶어 연락을 드립니다. 본인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페이스북 캡처

이 글은 온라인상에 빠르게 퍼졌습니다. 여학생을 칭찬하는 댓글부터 A씨 가족을 돕고 싶다는 글이 이어졌죠. 그런데 A씨의 진심이 하늘에 닿은 걸까요. 이번 미담의 주인공인 여학생에게도 이 글이 전해졌습니다. 여학생은 A씨의 글에 댓글을 달았습니다.

“예쁜 아기인데 눈치를 너무 많이 봐서 제 마음대로 아이가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과자 등을 골랐어요. 하남에서는 어머님과 아드님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이웃 주민으로서 챙겨드릴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챙길 테니 꼭 제 번호로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사건은 특히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 것 같습니다. 연일 터지는 아동학대 사건을 보며 우리 사회가 돌보지 못한 아이가 얼마나 많은지, 이웃의 작은 관심이 아이들 삶을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겠죠. 어린 아이를 위해 기꺼이 5만원을 건넨 여학생, 이날의 기억을 가슴 깊이 새기며 엄마에게 자랑한 어린 아들, 두 사람을 바라보며 감사함을 느낀 부모까지. 앞으로 더 많은 곳에서 나눔과 감사가 충만하기를 희망해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지은 인턴기자

[아직 살만한 세상]
[아직 살만한 세상] “쇠지렛대 들고 담을 넘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 “할머니가 엄지척을 했습니다”
“형제 치킨값 선결제하고 간 고객도 있습니다” [인터뷰]
“너무 맛있어서 깜빡” 사장님 감동시킨 센스 [아직 살만한 세상]
손자 회사에 매일 전화하는 치매 할머니 [아직 살만한 세상]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