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사장이었는데…변창흠 “청렴도 높여라” 유체이탈 논란

국민일보

그때 사장이었는데…변창흠 “청렴도 높여라” 유체이탈 논란

입력 2021-03-02 17:52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토부-공공기관 간담회 및 청렴 실천 협약식'을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산하 기관장들과 신년회 자리에서 “기관장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청렴한 조직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기관 단속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LH 임직원들이 토지를 매입한 시점은 대부분(10건 중 9건)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했던 시기(2019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와 겹친다. 변 장관이 기관장이었던 시절 벌어진 직원 비위 의혹에 별다른 사과 발언 없이 도리어 산하 기관장을 탓하는 식의 발언만 하면서 일부에선 ‘유체이탈’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변 장관 주재로 산하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관장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올해 국토부 업무계획을 공유하고 기관별 추진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LH 일부 직원들의 광명·시흥 3기 신도시 사전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변 장관은 기관장들에게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 ‘청렴도 제고’를 재차 강조했다.

변 장관은 “지난해 국토부와 산하 공공기관의 청렴도가 낮게 나왔다”며 “업무 특성상 정책에 대한 반감이 부정적 평가로 이어졌을 수 있지만, 여전히 청렴하지 못한 일부 행동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변 장관은 이어 “최근 ‘스티비상’ 수상과 관련해 공공기관이 세금을 낭비했고, 광명·시흥 지구에서 LH 임직원들이 사전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사실관계를 떠나 기관장이 경각심을 갖고 청렴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때다”라고 덧붙였다.

변 장관은 간담회 후에는 기관장들과 ‘청렴실천 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변 장관은 “청렴도 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서 국토부와 산하 공공기관이 신뢰받은 조직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뉴스타파는 공공기관들이 대거 수상한 행정 관련 국제 시상식인 스티비 어워드가 출품만 하면 상을 주는 식의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이날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기자회견을 열고 “토지대장 등에서 LH 직원 여러 명이 지분을 나눠 땅을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 단순 투자를 넘어 (신도시 개발) 사전 정보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LH 임직원의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하루 동안 일부 필지에 대해 LH 직원 명부와 대조해 찾아본 결과가 이 정도이며, 전체를 조사하면 LH 직원들의 토지 매입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광명·시흥 지역뿐 아니라 3기 신도시 전체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투기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서 민변·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땅투기 의혹 LH공사 직원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임직원들이 토지를 집단으로 매입한 시기가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때였다는 점이다. 변 장관은 2019년 4월 4대 LH 사장에 취임한 뒤 1년 7개월간 사장을 역임했다. 참여연대와 민변에 따르면 LH 직원이 광명 시흥 지구로 지정된 택지를 사전 매입한 10건 중 9건이 이 시기와 겹친다.

만약 LH 임직원들이 미공개 개발 정보를 활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당시 기관장이었던 변 장관의 책임론은 불가피해진다. 이런 상황인데도 변 장관은 이날 투기 의혹 제기에 대한 개인 입장 표명 없이 산하 기관장들에게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에선 변 장관이 사장일 때 택지지구를 직접 검토했음에도 투기 의혹의 책임을 현재의 기관장에게 떠미는 ‘유체이탈 화법’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변 장관은 향후 주무 부처 장관 입장에서 LH 사장 재직 시절 함께 일을 했던 임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조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우선 국토부는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국토부는 이날 “광명·시흥 신도시 관련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위법사항이 발견될 경우에는 수사의뢰 또는 고소·고발 등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광명·시흥 지구의 토지소유자와 LH 직원들의 명단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전수조사에 나선다고도 전했다. LH 직원뿐 아니라 배우자, 친인척 등 조사 범위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다른 3기 신도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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