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두렵다던 해경 남친…직장 내 갑질에 사망”

국민일보

“아침이 두렵다던 해경 남친…직장 내 갑질에 사망”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경장, 극단 선택
예비신부 “부서 내 태움 문화로 고통 호소”

입력 2021-03-03 16:56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해양경찰의 여자친구가 “철저한 조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여자친구 A씨는 2일 ‘통영해양경찰서 직장 내 갑질로 예비남편이 사망하였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자신을 “얼마 전까지 고인과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미래를 약속한 예비신부”라고 소개했다. 이어 “고인은 자기 몸보다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책임감 강하고 성실한 해양경찰관이었지만 직장 내의 지독한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지난달 24일 저와의 마지막 통화를 끝으로 영원히 제 곁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A씨는 “생전 고인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를 여의는 가혹한 현실에서도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모시고 집안에 도움이 되고자 2008년 해군부사관으로 지원해 4년이라는 시간동안 힘든 직업군인 생활을 견뎠다”고 했다.

또 “어릴적 꿈인 해양경찰관이 되고자 부단한 노력으로 2014년 해양경찰관이 됐다”면서 “고인은 해양과학수사관으로 근무하는 것을 목표로 휴일에는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야간에는 법률 공부를 하는 등 능력 있고 멋진 경찰관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A씨는 “그러던 올해 수사 업무를 배우고자 지난달 8일부터 통영해양경찰서 수사과 형사계에 배치받아 근무했지만 부서 내에 존재하는 태움 문화로 인해 사망하기 직전까지 정상적인 업무를 배당받지 못했다”며 “수년 아래의 후배 경찰관의 업무를 뒤에서 지켜만 보며 경찰 업무와 관련 없는 허드렛일을 하는 등 심적·정신적 고충을 토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아무래도 잘못 보인 것 같다. 나에게 업무를 주지 않는다’고 하소연 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업무를 주십시오’라고 근무 의지를 피력했으나 묵인당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고인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없는 사람 취급한다. 비참하다” “오전 7시쯤 출근해서 허드렛일만 하다 밤 9시~10시쯤 퇴근한다” “내가 출근해서 제일 잘하는 것은 사무실 거울 닦기, 후배들 쓰레기통 비우기, 커피 타기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A씨는 “고인은 출근하는 아침이 오는 것을 두려워 해 하루 3~4시간도 잠을 자지 못하며 약 보름이라는 시간동안 체중이 4㎏ 감소하는 등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으며 해양경찰 규정에도 없는 그들만의 문화에 적응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A씨는 “너무나도 다정하고 밝았던 고인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 고인이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친구, 동료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목숨을 포기할 정도의 고통이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아울러 “두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담당기관의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면서 “가해자를 명백히 밝혀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경남 통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오전 10시15분쯤 통영해양경찰서 소속 B(34) 경장이 통영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출근 시간이 지나도 B 경장이 연락이 없자 집을 찾아간 동료가 B 경장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 유서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B 경장의 유족과 지인 등은 고인이 새 근무지에서 텃세를 겪어 생전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 경장은 거제에 있는 해양파출소에서 근무하다가 지난달 8일 통영해경 본서로 전출돼 행정 업무를 맡았으며, 근무지를 옮긴 뒤 정신과에서 우울증 치료제 등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해경 측은 “내부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는지 확인 중”이라며 “경찰 조사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에 대한 조처를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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