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셀의 반란이 시작됐다”… 테러로 번진 여성혐오

국민일보

“인셀의 반란이 시작됐다”… 테러로 번진 여성혐오

원하지만 성관계 경험이 없는 ‘Incel’
2018년 사건 당시 한국계 3명 포함 10명 사망
“여성 혐오가 촉발한 극악무도한 폭력 행위”

입력 2021-03-05 10:07
2018년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한 남성이 트럭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10명을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운전자는 비자발적 독신주의자를 뜻하는 '인셀'로 밝혀졌다. 추모객이 희생자들을 위해 설치된 임시 추모 공간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뉴시스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싶지만 그러지 못한 남성들의 좌절과 분노가 범죄로 표출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구애를 거절당하며 쌓인 여성 혐오가 갈수록 더 쉽게 살인까지 불사하는 테러로 분출되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몇 년간 여성 혐오 현상의 일종인 ‘인셀(incel) 운동’이 과격해지면서 세계 각국이 이를 심각한 테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날 캐나다에서 열린 인셀 관련 테러 사건의 재판 결과를 소개했다.

인셀은 ‘비자발적 독신자’(involuntary celibate)의 약자로, 여성과 성관계를 갖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성을 가리킨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자신의 부족한 성적·사회적 지위의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고 여기는 ‘여성 혐오자’를 뜻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캐나다 CBC방송 캡처

사건은 2018년 4월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 토론토에서 알렉 미나시안(28)이라는 이름의 한 남성이 트럭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10명을 숨지게 하고 16명을 다치게 했다. 사망자 중 여성이 8명이었다. 당시 사망자 중에는 유학생, 40대 요리사, 캐나다 국적 학생 등 한국계 3명이 포함됐다.

미나시안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조사 결과 그는 여성들이 자신과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미나시안은 평소 여러 여성혐오 사이트에 가입해 활동했으며, 특히 자신을 ‘인셀’(incel)이라 칭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범행 직전 소셜미디어에 “인셀의 반란이 시작됐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날 법원은 미나시안에게 1급 살인죄를 적용해 최소 25년형이 확정됐다. 이달 말 예정된 최종 공판에서 종신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다.

미나시안의 변호인은 그가 자폐증을 앓고 있어 심신상실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사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를 해당 사건을 “지금껏 도시에서 발생한 엄청난 비극 중 하나이자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대학살”이라고 규정하며 “피고는 인셀 행동의 악명을 추구하고 즐겼다”고 질책했다.

존 토리 토론토 시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3년 전 우리 시민들은 극악무도한 폭력 행위에 충격받았다”면서 “여성 혐오로 촉발된 행동과 혐오를 조장하는 사람들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용의자 알렉 미나시안

인셀 범죄를 개인적 일탈이 아닌 사회적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 증오단체의 동태를 감시하는 비영리기관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최근 인셀 문화를 포함한 남성우월주의 범죄를 별도로 감시·추적하고 했다. SPLC는 “인셀은 성관계를 남성에게 주어진 기본권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여성의 거절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범죄행위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인셀 범죄를 테러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 캐나다 사법부는 처음으로 17세 남성 인셀 범죄자를 테러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일부 극단적인 인셀들의 행동을 인셀 전체의 잘못으로 매도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5000명 규모의 인셀 커뮤니티 ‘인셀스미’의 한 관리자는 CNN에 “핵심은 인셀이 로맨틱하거나 성적인 관계를 맺을 대상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며, 이는 테러 행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