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금 늘리려고” 희귀수종 빽빽이 심은 LH 직원

국민일보

“토지보상금 늘리려고” 희귀수종 빽빽이 심은 LH 직원

입력 2021-03-08 07:59 수정 2021-03-08 09:36
묘목 식재된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이 광명·시흥지구가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전에 땅을 매입하고 희귀 수종을 빽빽이 심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토지보상·감정평가업계에 따르면 LH에서 토지 보상 업무를 한 간부급 직원 A씨는 2017~2020년 광명·시흥지구 내 토지를 매입해 밭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희귀 수종으로 꼽히는 왕버들나무를 심었다.

㎡당 약 25주의 나무가 180~190㎝ 간격으로 촘촘하게 심어졌는데, 이 나무는 3.3㎡당 한 주를 심는 것이 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높은 보상을 받는 방법을 잘 알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하지만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은 ‘수목의 손실에 대한 보상액은 정상식(경제적으로 식재 목적에 부합하고 정상적인 생육이 가능한 수목의 식재 상태)을 기준으로 한 평가액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목 밀식에 의한 투기 성행을 방지하기 위해 정상적인 범위를 넘어 빽빽하게 심어진 수목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식재를 기준으로 한 감정평가액을 보상한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정평가사는 “수종 밀식은 딱 보면 티가 난다”며 “수종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길이 0.5m 안팎의 묘목을 기준으로 1~1.5m 간격으로 심겨 있으면 밀식으로 판단하고 감정평가를 한다”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문제는 A씨가 심은 나무가 희귀 수종이다보니 보상에 대한 자료와 근거가 부족해 보상금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LH는 “지장물(공공사업 시행 지구에 속한 토지에 설치되거나 재배돼 사업 시행에 방해가 되는 물건) 조사는 관련 지침에 따라 객관적으로 조사된다”며 “감정평가 업자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유가 발생하면 전문기관의 자문이나 용역을 거쳐 감정평가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토지보상·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희귀종에 대한 토지 보상 자료와 기준은 부족하고, 촘촘한 규정 밖에서 LH의 지장물 조사 지침에 따라 토지 소유자는 ‘로또’를 맞을 개연성도 그만큼 높아진다”면서 “LH 직원처럼 ‘선수’가 아니면 도저히 벌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투기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존재하지만 현실에서 규정을 회피할 방법을 잘 아는 LH 직원이 더 많은 토지보상금을 노리고 벌인 일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무엇보다 신규 택지 확보와 보상 업무를 총괄하는 공공기관인 LH의 직원이 신도시 지정 이전에 해당 토지를 매입하고, 나아가 더 많은 토지보상금을 노린 것이라고 충분히 의심받을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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