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댓글사과에…피해자 “허접하다”

국민일보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댓글사과에…피해자 “허접하다”

입력 2021-03-08 13:29 수정 2021-03-08 13:44
좌측은 네고왕 유튜브 영상 캡쳐. 우측은 네고왕 유튜브 댓글 캡쳐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적 질문으로 논란을 빚은 동아제약이 유튜브 댓글을 통해 사과한 가운데, 당시 면접 피해 당사자가 “사과 형식도, 내용도 허접하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피해자 A씨는 8일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에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11월 면접 과정에서 여성 면접자를 향해 “여자들은 군대에 가지 않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나” “군대에 갈 의향이 있나” 등의 질문을 던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당시 면접 피해자가 동아제약이 생리대 할인 네고 대상 기업으로 등장한 유튜브 동영상에 댓글로 폭로하면서다.

A씨는 자신이 그 당사자라면서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2017년부터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사업에 매달 일정 금액 기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생리대 네고’ 콘텐츠가 반가웠지만, 이번 네고 대상 기업이 동아제약이더라”면서 “2020년 11월 면접 당시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접에서 성차별을 자행했던 동아제약이 여성들을 위한 생리대 네고라니 황당했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들의 가식에 너무 화가 나고 치가 떨려 작년 동아제약 면접에서 성차별당했던 일을 댓글로 작성했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면접은 실무진 1명과 인사팀 1명이 면접관으로 들어왔고, A씨와 다른 남성 두 명이 피면접자였다. A씨는 “면접관들은 먼저 내 옆의 남자 면접자 두 명에게 ‘팀 간식비로 10만원이 주어지면 어떤 간식을 살 것이냐’고 물었다. 다른 면접자들이 답변을 하시는 동안 나도 머릿속으로 나름대로 답변을 준비했으나 그 질문은 받지 못했다”면서 “이때부터 나는 면접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쭉 병풍으로 머물러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인사팀장은 두 남자분께 공통적으로 어느 부대에서 근무했는지, 군 생활 중 무엇이 가장 힘들었는지, 군 생활 중 무엇을 배웠는지를 물었다. 남자분들의 답변이 끝나자 인사팀장은 등을 뒤로 젖히고 팔짱을 낀 거만한 자세로 제게 물었다. ‘000씨는 여자라서 군대를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 동의하냐’고. 황당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 질문에 “친오빠가 직업군인이었기 때문에 군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충분히 알고 있으나, 그와는 별개로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임금의 정의에 어긋난다. 임금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위, 감독 아래 회사의 사무를 처리한 노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지, 회사 바깥에서 회사 업무와 무관한 노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에 인사팀장은 “A씨는 군대에 갈 생각이 있냐”고 반문했고, A씨는 “국가에서 제게도 병역의 의무를 부과한다면 기꺼이 가겠다”고 대답했다고 썼다.

A씨는 ‘성차별적 면접’에 대해 동아제약 측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군 미필자 대비 군필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인사제도를 준비하던 중에 그런 질문이 나왔다고 해명한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 그리고 장애 등의 사유로 군 면제를 받은 남성보다 군필자를 우대하는 인사 제도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즉 임금 차별을 정당화할 사내 인사제도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면서 “징병제와 군 가산점 문제는 이미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이자 이슈라는 점에서, 지원자의 정치사상을 검증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에 면접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모든 말과 글은 맥락성을 가진다”며 “여럿이 모인 곳에서 특정 집단만의 경험을 공유하는 행위는 그러한 경험이 없는 자에 대한 배척 행위라는 것을, 굳이 하나하나 설명드려야만 알 수 있을 정도의 고작 그 정도의 공감 능력밖에 없으신 거냐”고 비판했다.

A씨는 특히 동아제약이 ‘네고왕2’의 유튜브 댓글을 통해 발표한 사과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동아제약은 “관련 내용을 확인한 결과 2020년 11월 16일 신입사원 채용 1차 실무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 중 한 명이 지원자에게 당시 면접 매뉴얼에서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지원자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이번 건으로 고객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에 대해 A씨는 “내게 문제의 질문을 한 사람은 ‘면접관 중 한 명’이 아니라 인사팀장”이라면서 “저러한 사람이 인사팀장이고 또 인사팀장이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것은 성차별이 조직 전체의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면접관 중 한 명이 면접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문제가 아니며, ‘불쾌’라는 단어로 갈음될 만한 일이 아니다”라면서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는 성차별을 ‘불쾌한 경험’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시대에 걸맞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나”고 꼬집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사과문을 유튜브 댓글로 게시한 것도 모자라, 그 내용까지 허접하다”면서 “동아제약에 ‘제대로 된’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정인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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