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아픈줄 알았다’니…골절 3개월만에 수술한 군인 청원

국민일보

‘안 아픈줄 알았다’니…골절 3개월만에 수술한 군인 청원

입력 2021-03-08 15:06 수정 2021-03-08 22:30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쳐, 출처 게티이미지뱅크(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부상을 당한 군인이 군부대 측 대응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3개월 동안 방치됐다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잘못된 군 의료체계로 인한 억울한 피해자가 더 발생하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지난 4일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찢어져도 방치하고 수술 후 걷지도 못하는 동생 알아서 복귀하라는 군부대를 신고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군인의 친형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동생이 군의관의 오진과 부대의 방치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동생은 작년 12월 말 경 운동을 하다 발목인대를 다치게 됐다”며 “군 병원으로 후송돼야 마땅했으나 시간관계상 민간병원 응급실로 후송이 선제적으로 이뤄졌다. 다음날 국군 강릉병원으로 후송돼 군의관에게 진료를 받아본 결과 군의관은 별일 없다는 듯이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동생은 계속 통증을 느꼈고 다친 부위도 많이 부었다고 한다. 청원인은 “동생이 MRI를 찍고 싶다고 말했는데도 (군의관은) 인대가 찢어졌을 거라며 반깁스만 해주고 약 처방도 없이 부대로 복귀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5~6주 동안 진통제도 없이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하니 (감정이) 심히 격해진다”고 전했다.

청원인은 “부대로 돌아온 동생의 발목은 허벅지와 비견될 정도로 부어오른 상태였고 고통은 당연히 수반됐다”면서 “통증을 호소하며 추가 진료와 MRI 촬영을 재차 요청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군의관 소견서 없이는 응급상황이 아니면 (외부) 병원을 갈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은 당시 부대가 이 같은 상황을 가족에게 전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심각한 상황에 대한 연락이나 소통은 없었으며 병원 방문을 위한 휴가나 외출을 일절 부여하지 않았다”며 “부상 후 3개월이나 지난 2월이 되어서야 동생이 휴가를 나오게 됐다. 입대이후 처음 부대에서 나와 가족들을 보자마자 꺼낸 첫마디가 ‘병원 가야 할 것 같아’였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휴가 당시 청원인의 동생은 발목 골절과 인대 3곳이 파열된 전치 6주 상태였다. 청원인은 “뼈에 구멍을 7개나 내서 수술해야 한다고 진단을 받았다”며 “의사는 이대로 진료를 받지 않았다면 동생은 앞으로 걷는 것 밖에 하지 못했을 거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동생은 수술 후 2주가 지나도 걷지 못하고 있다. 동생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 사과, 유감, 이런 것을 기대했지만 중대장은 사과는커녕 잘못을 코로나와 군의관에게 돌렸다”면서 “변명하기를 동생이 3주 후 깁스를 풀고 담배를 피워서 아픈지 몰랐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제 동생은 나라를 위해 근무하다가 부상을 당해 500만원이 넘는 금액도 부담하고 있다”며 “다음주면 복귀인데 걷지도 못한 동생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대 간부는) 알아서 하라며 짜증을 내며 전화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청원인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대응, 대처, 상황들이 다시는 국가에 젊음의 시간을 헌신하는 군인들에게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에서 저희 마음을 헤아리며 조치를 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군 의료체계 부실 논란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김 모 병장은 군 의료진의 실수로 조영제 대신 에탄올을 맞아 신경 손상으로 왼팔이 마비됐다. 2018년에는 홍정기 일병이 뇌출혈, 백혈병 증세를 보였지만 감기약과 두드러기약만을 처방받고 결국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국방부는 이에 2019년 6월 ‘군 의료시스템 개편 실행계획’을 발표했지만, 허술한 군 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군 의무사령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 의료를 담당하는 군의관의 94%는 경력이 부족한 ‘단기 군의관’으로 나타났다. 전체 군의관 2400여명 중 숙련도가 높은 장기군의관은 불과 100명 미만으로 드러났다.

또 의무병에 대한 교육이 16주인 미군에 비교해 우리나라는 4~5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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