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주 LH직원 아파트 이웃과 친인척, 130억 원정투기

국민일보

[단독] 전주 LH직원 아파트 이웃과 친인척, 130억 원정투기

입력 2021-03-16 17:54 수정 2021-03-17 09:52
LH전북지역본부 전현직 직원과 같은 전주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들이 2017~2020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땅을 집중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16일 부동산 광고물이 부착돼있는 노온사동 일대 모습. 광명=권현구 기자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에 2017~2020년 전북 전주발 130억원대 원정 투기가 있었던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전주 주민 40여명은 이 기간 노온사동 땅 4만7789㎡(약 1만4500평)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총 거래금액은 약 137억원이다. 땅을 산 이들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과의 연결고리도 포착됐다. 상당수가 LH 직원들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거나 친인척을 통해 연결됐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2017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노온사동에서 소유주가 바뀐 논과 밭, 임야의 등기부등본 212통을 분석해 집단적 토지 매입을 확인했다. 거래된 1000㎡ 이상 토지를 전수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토지 분할 등으로 투기가 의심되면 1000㎡ 미만 땅을 추가로 조사했다.

그 결과 LH 전·현직 직원을 포함한 전주 주민들이 4년여간 노온사동의 26개 필지를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외지인에 비해 전주 주민의 비율이 이상할 정도로 높았다. 2018년부터 2021년 2월까지 노온사동에 땅을 매입한 196명 가운데 166명(84.7%)이 수도권 거주민이다. 같은 기간 전주 주민은 23명으로 11%를 차지했다. 부산, 대구 등 다른 대도시에서는 노온사동 토지 구매자가 한 명도 없었다.

전주는 지난 12일 LH 전북본부장을 지낸 고위 간부(56)가 극단적 선택을 함에 따라 LH 직원 투기의 진원지 중 한 곳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사실상의 전수조사로 집단적 토지 매입이 확인되면서 앞으로 경찰 수사도 이 지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LH직원과 같은 아파트 거주

등기부등본을 보면 전주 주민들은 광명시 가운데서도 노온사동의 땅만 사들였다. 전주에서 이곳 개발에 대한 쪽집게 정보가 공유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산 땅 가운데 가장 비싼 곳은 2646㎡ 밭으로 23억5000만원이었다. 가장 가격이 낮은 땅도 1억500만원이었다. 대부분 토지 구매자가 수억원씩을 자신이 사는 곳에서 180여㎞ 떨어진 지역의 농지를 사는 데 쓴 것이다.

등기부등본상 주소만 살펴봐도 현재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전·현직 직원들과의 공통점이 발견된다. 전주 덕진구 C아파트에 사는 K씨 부부(추정)는 2019년 노온사동의 밭 1138㎡를 4억600만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들은 앞서 투기 의혹이 거론된 전직 LH직원 Y씨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다. K씨 부부 가운데 아내는 전북에 지청을 둔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으로 추정된다. Y씨는 2018년 1월 다른 5명(모두 전주 거주)과 함께 노온사동 산 36-2번지 임야 3174㎡를 3억원에 샀다.


투기 의혹을 받는 현직 LH 직원 M씨가 사는 완산구 B아파트 단지의 주민 여러 명도 노온사동 땅을 샀다. 이 아파트에 사는 P씨는 배우자(추정)와 함께 2018년 3월 노온사동의 논 347㎡를 1억500만원에 샀다. 이 아파트의 또 다른 Y씨도 2019년 3월 다른 전주 주민 2명과 함께 노온사동 밭을 구입했다. 현직인 M씨는 2019년 12월 6억5000만원에 노온사동 땅을 샀다.

M씨의 배우자 H씨가 이미 2017년부터 노온사동 땅을 사기 시작한 사실도 취재팀 분석에서 드러났다. H씨는 노온사동 밭 1623㎡를 다른 2명과 함께 4억9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2명도 전주에 주소를 두고 있다.

전주 토지 매입자들의 주소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곳은 A아파트 단지의 특정 동이었다. 이 아파트 같은 동에서만 3가구(603호, 1502호, 1804호)가 비슷한 시기 노온사동에 땅을 샀다. 가장 처음 거래가 확인된 사람은 2018년 2월 23일 2644㎡의 밭을 산 또 다른 M씨다. 그는 자신의 남편과 자매 2명 등 3명과 함께 8억8000만원에 밭을 매입했다. 그는 현직 LH 직원인 M씨와 친인척 관계로 추정된다. 또 그와 남편은 전주에서 부부 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를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 광명=권현구 기자

노온사동 땅을 소유하고 있는 전주 주민들은 나이가 비슷했다. A아파트에 사는 S씨 부부와 B아파트에 사는 P씨 부부 4명은 모두 1964~1966년생으로 두 차례 땅을 매입하면서 4명이 각각 같은 지분을 공유했다. 이들 4명은 2017년 4월 3억8100만원의 논 1400㎡를 구입한 이후 2018년 3월에도 각각 347㎡의 논을 함께 사들였다. 현재 경찰이 내사 중인 LH 직원 M씨와 2018년 전북지역본부에서 부장을 지낸 P씨도 각각 63년과 66년생이다. 이밖에도 노온사동 거래에서 확인된 전주 거주자들은 전직 LH직원과 배우자를 제외하면 1962년~1970년생으로 모두 50대였다.

취재팀 분석만으로 전주에서 땅을 산 사람들과 전·현직 LH 직원 사이 관계가 명확히 규명되기는 어려웠다. 친인척이거나 중·고교 동창, 지인일 가능성이 크지만 구체적인 관계는 경찰 수사로 규명돼야 한다. 경찰은 아직 전주 토지 매입자 수사를 확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3건 토지거래와 연관된 3명을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3년여 만에 7억원 벌고 떠났다

전주에서 광명 노온사동에 땅을 산 사람 가운데는 이미 땅을 팔아 차익을 거둔 사람도 발견됐다. 전주 완산구에 거주하는 60대 K씨는 2017년 8월 노온사동에서 밭 2필지(합계 3436㎡)와 잡종지 1필지(454㎡)를 샀다. 이어 11월에는 논 1필지(311㎡)를 더 샀다. 4필지 거래금액의 합계는 17억3100만원. 60대 K씨는 이 땅을 지난 1월 24억9000만원에 또 다른 외지인(경기도 화성시 거주)에게 팔았다. 불과 3년 6개월 만에 7억5900만원의 이익을 거둔 것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그가 처음 땅을 샀을 때 12억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다. 실제 토지 구매에 들인 돈에 비해 상당한 이익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60대 K씨 사례가 발견됨에 따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시흥·광명 전수조사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수조사 대상은 현 토지 소유주에 국한돼 있다. 만약 60대 K씨가 LH 직원에게서 받은 정보로 땅을 샀다고 해도 조사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있는 것이다.

한편 이들의 토지 구매 행태를 보면 ‘매입 뒤 쪼개기’ 수법이 여러 건에서 발견된다. 전주 주민 5명은 2019년 10월 면적이 2845㎡인 노온사동의 밭을 함께 구입했다. 이들은 한 달이 지나자마자 이 땅을 각각 854㎡, 853㎡, 1138㎡ 3필지로 분할한다. 등기부등본 상 주소로 봤을 때 854㎡와 853㎡는 같은 집에 사는 두 사람이 각각 소유한다. 나머지 1138㎡도 C아파트의 K씨 부부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또 다른 전주 주민 4명도 2018년 3월 노온사동의 밭 3131㎡를 경기도 성남과 용인에 사는 4명과 함께 구입하고 정확히 한 달 뒤 필지를 4개로 나눴다. 땅을 산 8명이 2명이 1필지씩 땅을 나눠 가진 것이다. 8명은 모두 2명씩 같은 곳에 주소를 두고 있어 부부 4쌍으로 추정된다. 전주의 부부 2쌍은 각각 완산구 A아파트와 B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

“전주에서 맹지라도 팔라고 했다”

취재팀이 이날 노온사동 인근 부동산을 취재한 결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2018년부터 전주에서 노온사동 땅을 보러 온 이들이 많았다고 기억했다. 이들은 투자 가치와 상관없이 닥치는대로 토지 구입을 문의했다고 한다. C부동산의 김모 공인중개사는 “당시 전주에서 토지 매입을 문의하는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 맹지가 팔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맹지여도 괜찮다’며 여러 사람이 산다고 해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맹지는 도로와 연결돼있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지는 땅이다. 농사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차로 진입할 수 없어 실제 농사를 짓기도 쉽지 않다.

N부동산의 김모 중개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토지거래를 할 때 되도록 문제가 될 만한 땅보다는 투자하기 좋은 땅부터 먼저 소개해준다. 하지만 그 사람들(전주지역 투자자)은 저렴하고 ‘나쁜 땅’, 즉 맹지를 원했다”고 말했다. C부동산의 김씨는 비슷한 시기 전주에서 문의가 많이 오자 ‘전라도에 기획부동산이 떴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기획부동산은 개발 호재가 있다고 속여 활용도가 낮은 맹지나 개발이 불가능한 그린벨트 등을 비싸게 파는 방식이다. C부동산 김씨는 “(전주 지역 문의가 많아) ‘혹시 기획부동산이 떴냐’고 물어봤지만 ‘지인끼리 투자용으로 사두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기억했다.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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