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북 의사들 대거 ‘원정투기’… LH직원과 같은 아파트

국민일보

[단독] 전북 의사들 대거 ‘원정투기’… LH직원과 같은 아파트

입력 2021-03-21 17:09 수정 2021-03-21 17:55
신도시 지정 전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땅을 LH 전북지역본부 직원과 그의 친인척 뿐 아니라 전주 지역 의사들이 대거 매입한 것으로 21일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16일 노온사동 일대에 부동산 광고물이 게시되어 있는 모습. 광명=권현구 기자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땅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 뿐 아니라 전북 지역 의사 6명을 포함한 의사 가족 9명이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LH 직원들로부터 나온 개발 정보가 그들의 친인척을 넘어 특정 직업군에까지 유통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민일보 취재팀은 2017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노온사동에서 소유주가 바뀐 토지의 등기부등본 340여통을 분석해 전북에서 개원의로 활동하는 의사 6명이 땅을 산 사실을 21일 파악했다. 취재팀은 전라북도의사회 홈페이지를 통해 개원의들의 이름과 노온사동 토지 소유주 이름을 대조하고 등기부등본상 생년월일로 본인 여부를 확인했다. 함께 땅을 산 배우자를 포함하면 전북 의사 가족 9명이 노온사동 땅을 소유하고 있다. 이들이 4년여간 매입한 땅의 규모는 8872㎡(약 2684평)로 거래금액은 43억6100만원이다. 이 기간 땅을 매입한 전주 주민은 모두 42명이다.

광명 땅을 산 전북 의사 6명 가운데 2명은 부부 의사다. 다른 의사 3명은 배우자와 함께 토지를 매입했다. 그밖에 배우자 이름으로 산 경우가 1건이었다. 이들은 두 집 또는 세 집이 함께 땅을 사는 등 집단적으로 움직였다. 의사 가족 9명은 전주 △△아파트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 두 아파트는 원정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현직 직원과 그들의 친인척이 살고 있는 곳이다. (국민일보 3월 17일자 1·3면 참조)

분석 기간 중 가장 먼저 토지를 구입한 의사는 A씨와 배우자, B씨와 배우자였다. 두 부부는 2017년 4월 28일 노온사동 1400㎡의 논을 매입한 뒤 5월 3일 절반으로 쪼개 700㎡씩 나눠 가졌다. 이들 부부는 1년 뒤 다른 두 쌍의 부부와 함께 노온사동 3131㎡ 규모의 논을 추가로 매입하고 한 달 뒤 4개의 필지로 분할했다. A씨는 남원에서, B씨는 완주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두 병원 모두 토요일에도 진료를 해 이들이 주말에 광명으로 이동해 벼농사를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사 C씨도 2018년 10월 배우자와 함께 노온사동 논 1488㎡를 5억4000만원에 샀다. C씨는 A씨 부부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다. 또 C씨의 병원은 A씨의 병원과 직선거리로 불과 1㎞ 떨어진 거리에 있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같은 지역 병원을 운영하는 A씨와 C씨가 서로 투자 정보를 공유해 노온사동 땅을 사들였을 가능성이 크다.

의사들의 아내 3명이 노온사동 땅 한 필지를 함께 산 사실도 발견됐다. A씨 아내와 C씨 아내, 다른 의사 D씨 아내 3명은 2019년 3월 노온사동 밭 2646㎡를 23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D씨는 전주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의사로 이들 부부도 B씨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의사들이 배우자와 지분을 나눠 갖는 방식으로 단독 토지거래를 하다가 이웃들과 함께 땅을 매입한 것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땅을 산 의사 중 현직 LH직원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인물은 E씨와 F씨 부부다. 이들은 둘 다 전주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F씨의 자매들과 함께 2018년 2월 노온사동의 2644㎡ 밭을 샀다. F씨는 현재 경기남부청에서 수사를 받고 있는 LH현직 직원 M씨와 친인척인 것으로 알려졌다. LH 전북지역본부 소속인 M씨는 2019년 12월 아내와 함께 노온사동의 땅을 샀다.

한편 2017년 의사 A, B씨와 같은 날 함께 땅을 매입한 G씨는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계약 당일 이들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수자 주소에 ‘전주’로 표기된 사람이 4명이어서 어떤 사람들인지 물었더니 ‘전북 의사들’이라고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뒤 필지를 분할하는 과정에서도 공동 매입자들은 광명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G씨는 “광명시청에 토지 분할을 신청할 때도 부동산 대리인이 인감도장도 아닌 막도장을 파서 대신 서류를 만들어놨던 걸로 기억한다. ‘돈 많은 지방 의사들이 광명까지 와서 땅을 사나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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