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내, 형수, 7촌 동원 ‘원정투기’ LH전북 직원 또 나왔다

국민일보

[단독] 아내, 형수, 7촌 동원 ‘원정투기’ LH전북 직원 또 나왔다

입력 2021-03-23 00:02 수정 2021-03-23 19:41
3기 신도시 중 하나로 지정된 경기도 광명시흥 일대에서 LH 현직 직원이 연루된 원정 투기 의혹이 속속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에 설치된 3기 신도시 광고판 모습. 김포=최현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북지역본부 과장급 직원이 아내와 형수 이름으로 두 차례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땅을 매입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내부 정보로 땅을 샀다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차명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LH 전북본부 전현직 직원의 광명 토지 매입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집단적 원정투기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민일보 취재팀이 2017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광명 노온사동 일대 소유주가 바뀐 토지 등기부등본 340여통을 분석하고 관련 인물을 취재한 결과 LH 전북본부 4급(과장) 직원인 H씨의 아내와 형수, 동생 등 6명이 2017년 7월 노온사동 논 3663㎡을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함께 땅을 산 다른 세 사람은 H씨의 7촌 당숙과 그의 아내, 아들로 파악됐다. 즉 H씨 본인을 제외하고 가족과 친척이 땅 매입에 대거 동원된 것이다. 해당 필지의 거래 금액은 10억6500만원이며 H씨 아내의 지분율은 19% 정도다.

앞서 2017년 4월에는 H씨 아내와 형수 두 사람이 노온사동의 다른 논 1157㎡를 3억1500만원에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H씨 아내와 형수의 지분율은 각각 36.5%와 63.5%다. 이와 별개로 H씨의 7촌 당숙도 같은 날 본인 단독 명의로 노온사동 논 1326㎡를 3억6000만원에 샀다. H씨 일가가 세 차례 토지 거래 과정에서 지불한 금액은 모두 17억4000만원이다.

H씨의 7촌 당숙은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처음 산 땅은 여윳돈이 있어서 그쪽 부동산에 연락해 개인적으로 따로 샀다. 조카며느리들과 함께 산 게 아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땅 구입에 대해선 “조카며느리들이 함께 땅을 사서 농사를 짓자고 해 돈을 모아서 샀다. 땅 관리는 서울에 사는 첫째 조카며느리(H씨 형수)가 맡아서 나는 따로 가보지는 않았다. 이들과는 1년에 한 번 정도 보는 사이”라고 말했다.

LH 전북지역본부 직원들의 조직적인 투기가 의심되는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모습. 광명=권현구 기자

토지 매입 과정에서 H씨 아내의 위장전입을 의심해볼 수 있는 대목도 발견됐다. H씨 아내는 2017년 4월 첫 번째 토지 매입 당시 남편인 H씨 소유의 완산구 효자동 아파트를 주소지로 적었다. 하지만 3개월 뒤 토지 매입 때는 주소지가 서울 양평동으로 돼 있다. 이 주소는 H씨의 7촌 당숙 부부가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다. H씨 당숙은 “조카며느리(H씨 아내)는 전주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H씨 일가가 세대 당 1000㎡ 이상씩 땅을 산 대목도 눈에 띈다. H씨 아내가 두 차례 매입으로 노온사동에 보유한 땅은 모두 1110㎡이다. 1000㎡는 토지가 공공주택건설사업으로 수용됐을 때 ‘협의양도인 주택 특별공급’ 제도에 의해 입주권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기준이다. 전매 가능한 단독주택용지를 받을 수 있는 ‘협의양도인 택지 공급’의 기준도 1000㎡다. H씨 형수도 두 차례 매입으로 1421㎡ 땅을 갖고 있다. H씨 일가가 매입한 필지의 등기부등본 3통에는 근저당권이 기록돼 있지 않다. 해당 토지를 담보로 돈을 빌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경찰은 LH 직원 투기 의혹의 핵심으로 LH 전북지역본부를 주목하고 있다. 전주발 대거 원정 투기가 드러나면서 전북본부 전현직 직원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H씨 사례처럼 직원 이름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은 거래를 확인하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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