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H 퇴직자도 아내 명의로 투기…‘원정’ 연루 10명으로

국민일보

[단독] LH 퇴직자도 아내 명의로 투기…‘원정’ 연루 10명으로

입력 2021-03-24 17:15 수정 2021-03-24 17:16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성남주민연대 회원들이 LH해체와 주택청 신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 간부가 아내 이름으로 3기 신도시 예정지에 땅을 사 놓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 간부는 퇴직 전 전북혁신도시사업단장으로 일했다. LH 퇴직 간부의 차명 투기 의혹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일보 취재팀이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에서 2017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거래된 토지의 등기부등본 340여통을 분석하고 관련 인물을 취재한 결과 전 LH 전북혁신도시사업단장 K씨(64)의 아내가 2018년 1월 임야 3174㎡를 5명과 함께 3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함께 땅을 산 사람들은 LH 현직 직원인 또 다른 K씨(57)와 퇴직 간부 Y씨(65) 부부, 또 다른 퇴직 간부 H씨(63)다. 토지 매입자 6명이 모두 전주에 주소를 두고 있어 그동안 이 필지를 중심으로 원정 투기 의혹이 제기돼왔다. 다만 K씨는 본인 이름이 드러나지 않아 의혹 대상에서 제외됐고 경찰의 우선 조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19일 현직 K씨를, 22일 Y씨를 각각 불러 조사했다.

해당 필지의 지분율을 보면 K씨 아내의 지분이 3분의 1로 가장 크다. 여러 토지 보상의 기준인 1000㎡를 충족한 1058㎡를 소유하고 있다. K씨가 주도해 이 땅을 매입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K씨 아내가 땅을 산 시점(2018년 1월 12일)은 K씨가 LH를 퇴직한 2017년 12월 31일에서 12일이 지났을 때였다. 현직에 있을 때 해당 지역에 대한 개발 정보를 획득하고 퇴직하자마자 땅을 샀다고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K씨는 실무 인력 중 가장 고참급인 2급(부장)으로 퇴직했다.

K씨는 2010년 강원혁신도시사업단장을 거쳐 2012년 말부터 전북혁신도시사업단장을 지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LH로 통합되기 이전인 2003년 토지공사가 펴낸 ‘산업단지개발사업 업무편람’ 작성에 참여했다. 개발 업무에 높은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에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전북혁신도시 상업용지의 경우 웃돈이 붙어 분양가의 2배 가격에 거래된다”고 말했다. 공공개발로 혁신도시가 건설될 경우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건데, LH 주도로 신도시 개발이 예정된 노온사동에 투자한 것과 묘하게 겹친다.

K씨의 차명 투기 의혹이 드러남에 따라 LH 고위 간부들의 개발 정보를 이용한 차명 투기가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이어져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찰 수사가 현직 LH 직원과 친인척뿐 아니라 퇴직자 전반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한편 지금까지 국민일보 취재팀이 추적한 전주발 광명시흥 원정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전현직 직원은 모두 10명으로 현직 6명, 전직 4명이다.

현직 가운데 M씨(58)는 2017년 7월 아내 등의 이름으로, 또 2년 뒤인 2019년에는 아내와 함께 노온사동 밭과 임야 5921㎡를 매입했다. 그의 친척으로 알려진 전주 지역 의사 부부 등 4명도 2018년 2월 2644㎡의 밭을 샀다. 비슷한 시기 전주에 거주하는 전북 의사들도 노온사동에 땅을 매입했다. 경찰은 최근 M씨를 소환해 땅 매입 과정에서 내부 정보를 친인척, 지인과 공유했는지 조사했다.

현재 전북본부에 근무하는 H씨(59)는 아내와 형수의 이름으로 2017년 한 차례 땅을 구입한 뒤 4개월 뒤에는 7촌 당숙과 함께 땅을 산 것으로 드러나 차명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국민일보 3월 24일 1면 참조). 전북본부 근무 경험이 있는 O씨(54)도 전주에 주소를 둔 배우자와 대통령경호처에 근무하는 동생 이름으로 땅을 사 차명 투기 의심을 받고 있다.

광주북부권주거복지지사에서 근무 중인 P씨(56)는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논 3996㎡를 2019년 6월 아내 및 동료들과 매입해 경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그는 전북본부 근무 이력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전주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왔다. 경기지역본부 소속 또 다른 P씨(55)는 2018년 2월 아내와 함께 노온사동 밭 992㎡를 매입했다. 현재 주소지는 경기도 성남이지만 땅을 매입했을 때는 전북본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K씨 아내와 함께 땅을 산 또 다른 K씨(57)는 광주전남지역본부 소속이지만 자택 주소는 전주로 돼 있다.

퇴직 직원 중에는 K씨 아내와 함께 땅을 산 Y씨(65)와 H씨(63)도 포함돼있다. Y씨는 LH에서 2급까지 올라 광주전남혁신도시 건설단장을 지내고 2015년 퇴사했다. H씨는 2018년 퇴직했다. 현직 직원 M씨의 친인척으로 알려진 또 다른 M씨도 2급으로 전북혁신도시사업단장을 지내고 2015년 은퇴했다. 그는 2017년 7월 배우자, 제수(현직 M씨의 아내)와 함께 노온사동에 땅을 샀다.

김유나 권중혁 방극렬 기자 spring@kmib.co.kr

경기남부청, 또 국토부와 LH 본사 압수수색 나서
변창흠, LH투기 소급적용 논란에 “범죄이익 회수 마땅”
경찰, LH 본사·국토부 또 압수수색…“차명거래 수사”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