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왱] 제 병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영상)

국민일보

[왱] 제 병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영상)

입력 2021-03-26 15:50 수정 2021-03-30 13:07

‘비틀이’는 비틀거리며 걸었다. 비틀대서 ‘비틀이’였다. 사람들은 여자가 대낮에 만취해 돌아다닌다며 손가락질했다. 맨 정신인 사람이 비틀거릴 거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대단한 오해였다. 비틀이의 정신은 그 누구보다 맑고 또렷했다.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척수 소뇌 변성증’. 25살 여대생이던 ‘비틀이’에게 예고 없이 찾아온 희귀 유전질환이었다. 소뇌는 몸을 움직이고 자세를 유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소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이 질병에 걸리면 몸을 가누지 못하게 된다. 비틀거리며 걸을 수라도 있는 건 오히려 병의 기세가 미약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증상이 심해질수록,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점점 사라진다. 말하기. 걷기. 보기. 음식 삼키기. 이 모든 것이 어려워진다. 종국에는 호흡 기능에도 이상이 생겨,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진단다. 그때가 생이 다했다는 신호다.

병마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에 걸쳐 전신을 잠식한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그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정신만큼은 또렷하다는 것이다. 내 몸의 통제 권한을 잃는 순간을 분명하게, 그러면서도 무력하게 지켜봐야 하는 거다.

치료제는 없다. 완화제가 있긴 하지만, 초기에만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오늘의 내가, 남은 삶 중에 가장 건강한 모습이다. 이 영상은 칠흑 같이 어두운 앞날을 기다리면서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한. 그 하루에서 얻은 티끌 같은 보람으로. 태산 같은 남은 인생에 맞선 비틀이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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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삼 기자, 제작=홍성철 s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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