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손님한테 편지 받았습니다”[아직 살만한 세상]

국민일보

“꼬마 손님한테 편지 받았습니다”[아직 살만한 세상]

입력 2021-03-27 08:40
과일가게 사장님이 받은 쪽지. 사장님 제공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저 편지 받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글쓴이는 ‘To 과일가게아저씨’라고 적힌 쪽지 한 통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편지 안에는 또박또박 글씨로 꼬마 단골 손님의 마음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저씨의 잉어빵과 과일을 좋아하는 단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이는 “아저씨가 호박과 사과를 주셔서 넘 감사하다”며 “매일 저녁 먹고 사과를 후식으로 먹는다”라고 고마운 인사를 전했습니다.

아이는 이어 “계속 무엇을 주니 받기가 뭐해서 저도 뭐가 생길 때마다 드리는 건데 아저씨가 뇌물로 생각할까봐 걱정”이라는 ‘귀여운 고민’을 털어놓더니 “아무것도 안 주셔도 되고 안 깎아 주셔도 된다”고 신신당부했습니다.

이 꼬마 단골손님과 과일가게 사장님 사이엔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과일가게 사장님 제공

사연의 주인공은 용인 수지 신봉동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강종진(41) 사장님과 가게 건너편 초등학교를 다니는 4학년 이모 여학생이었습니다.

강 사장님은 지난 겨울 계절 탓에 팔 과일이 많지 않아 부업으로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이들이 붕어빵을 참 좋아하는데,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고 나온 아이들은 배는 고프지만 돈이 없을 때가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강 사장님은 “그때 눈빛을 딱 보면 ‘돈이 없군!’이라는 티가 난다”며 “그런 아이들에게 붕어빵을 하나씩 그냥 줬다”고 합니다. 꼬마 단골 손님과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했던 거죠.

어느 날 강 사장님으로부터 따뜻한 붕어빵을 받은 이 학생은 그날 이후로 초등학교 1학년 남동생 손을 잡고 엄마 심부름 삼아 과일을 사러 오는 단골이 됐습니다. 단골이 되어준 꼬마 손님이 기특해 사장님은 매번 이것 저것 덤을 더 챙겨 보냈다고 합니다.

아이는 사장님의 그런 마음을 그냥 흘려 보내지 않고 갚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급식에 함께 나온 간식 같은 사탕이나 음료수, 젤리 등을 꼭 하나씩 챙겨 하교하는 길에 과일가게 사장님에게 주고 간다는 겁니다. 강 사장님은 “학교에서 후식 같은 것을 자신이 안 먹고 꼭 갖다 주면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간다”면서 “주니까 안 먹을 수도 없고 매번 미안하다”고 머쓱하게 웃었습니다. 편지에 등장한 ‘뇌물고민’은 여기서 나온 거지요. 강 사장님은 “고마워서 이것저것 챙겨주려고 하면 (아이가) 아부하는 것 아니라며 받지 않고 얼른 자리를 뜬다”고 전했습니다.

사장님은 이 꼬마 손님뿐 아니라 동네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학교 앞 교차로가 보이는 가게인지라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뛰지 말라” 당부하고, 비오는 날이면 “아저씨 가게로 들어오라” 말한다고 합니다.

강 사장님이 이처럼 아이들에게 특별한 마음을 쓰는 데는 속 깊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릴 적 부모님 없이 자라 잘 못 먹고 살았다”면서 “그래서인지 아이들만큼은 잘 먹고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아이들에게 늘 마음이 간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3년 전부터는 보육원과 한부모 가정에 과일 후원을 이어왔습니다.

아이들의 눈은 솔직해서 가장 정확하다고들 합니다. 기특한 꼬마 손님도 사장님의 진심을 누구보다 잘 느꼈기에 그렇듯 따스한 편지를 전했을 겁니다. 사장님과 꼬마 손님의 행복한 인연이 계속되길 기대하며 우리 주변에 숨은 천사들이 더욱 많아지길 응원해봅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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