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현장 뛰어든 제주대학생 “살리고 싶었다”

국민일보

교통사고 현장 뛰어든 제주대학생 “살리고 싶었다”

대학 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더 구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구조 돕고 부상자들 소지품 챙겨 전달

입력 2021-04-07 14:25 수정 2021-04-07 15:29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60여명의 사상자를 낸 제주대 사거리 연쇄 추돌사고 현장에서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부상자들을 도운 한 학생의 글이 대학 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7일 뉴스1에 따르면 제주대 학생인 A씨는 사고 이후 올린 글에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하굣길에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는 그는 곧장 버스가 추락한 임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우선 뒤쪽 창문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부축해 탈출을 도왔다. 이후 앞문에 끼인 부상자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버스 앞쪽으로 갔다.

A씨는 “유리, 의자들을 미친 듯이 치우니까 한 분이 손이 끼인 채 움직이고 있었다”며 “(버스 문을) 들어 올렸는데 도저히 안 됐다”고 했다. 이어 “손 근처에 깨진 유리조각을 다 치우고 계속 괜찮다고, 소방차가 왔다고 안심시켰지만 문제는 다른 한 분이었다”면서 “온몸이 끼어있는데 말씀도 없고 움직여보라는 말에도 반응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맥도 안 뛰셔서 진짜 울 것 같았는데 아니라고 생각하고 문손잡이를 미친 듯이 당기다가 소방대원이 와서 여기 사람 있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구급대 도착 후 현장에서 빠져 나와야 했던 A씨는 버스에 떨어져 있던 휴대전화, 지갑, 신발 등 소지품을 피해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바닥에 앉아 있던 피해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

A씨는 “현장에 계셨던 분들 구조에 힘써주시고 아무 일 없던 분들도 같이 도와주신 거 너무 감사드린다”며 “제가 좀만 더 운동을 잘하고 생각이 있었다면 구해드릴 수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일찍 신고했으면 됐을 텐데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커뮤니티에는 A씨의 도움을 받았던 피해자가 나타나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밖에 오른손이 나와 있었는데 어떤 분이 계속 손잡아주면서 다독여줬다”고 말했다. 이 글에 A씨로 추정되는 학생이 “문을 자꾸 들려고 했던 사람”이라며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 끝까지 있어야 했는데 소방관분께서 위험하다고 나오라고 하셔서 문을 못 잡고 있었다”라는 댓글을 남겼다.

사고 현장 모습. 연합뉴스(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 사고는 전날 오후 5시59분쯤 제주대 입구 사거리에서 H물류회사 소속 4.5t 트럭이 앞서가던 1t 트럭을 추돌하며 발생했다. 4.5t 트럭은 이후 주행 중이던 B버스의 측면을 들이받았다. 당시 B버스는 버스정류장에 정차하기 위해 편도 3차선 도로의 3차로에서 서행 중이었다. B버스는 충격으로 밀려나며 버스정류장에 정차해 있던 C버스와 부딪힌 뒤 바로 옆 임야로 추락해 전도됐다.

이 사고로 C버스에서 하차 중이던 도민 박모(74)씨, 버스정류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관광객 이모(32)씨와 도민 김모(29)씨가 사망했다. B버스에 탑승하고 있던 또 다른 도민 김모(21)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아 가까스로 회복했으나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현재 사고 원인을 브레이크 과열에 따른 페이드(내리막길에서 연속적인 브레이크 사용으로 인한 제동력 상실) 현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를 낸 트럭 운전자는 사고 당시 경찰에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사고 원인을 추정 중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현장 조사와 정밀 감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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