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기고 체벌” 프로축구단서 폭행·성추행 파문

국민일보

“발가벗기고 체벌” 프로축구단서 폭행·성추행 파문

입력 2021-04-07 16:43 수정 2021-04-08 00:14
피해자 가족이 6일 공개한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메신저 대화 내용. 피해자 측 제공

연초 프로스포츠계 학교폭력 이력 파문에 이어 이번엔 프로구단 내부 폭력·성추행 사건 폭로가 나왔다. 피해자 측은 구단이 당시 피해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고 주장한다. 가해자 형사처벌은 물론 구단 내 인사 조치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게 피해자 요구다.

프로축구 K리그1 대구 FC에서 뛴 전 프로축구 선수 A씨의 가족 B씨는 A씨가 7일 대구지방경찰청에 가해자 C씨를 고소했다고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축구 커뮤니티, SNS 등에 피해사실을 알린 B씨는 통화에서 “(금전) 보상이 안되는 일이라 생각한다”면서 “구단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인사·형사적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피해 사실을 증언해줄 전·현직 선수를 2명 확보했다고 밝혔다.

B씨는 전날 가해자와 피해자 간 메신저 대화 화면과 함께 피해사실 중 일부를 공개했다. B씨 주장에 따르면 C씨는 A씨와 함께 대구 선수단에 머무른 2018년 동안 A씨에게 다양한 폭력을 저질렀다. 외출·외박을 못하게 협박하는 한편 상습적으로 돈을 주지 않은 채 심부름을 시켰고, 음식을 억지로 먹게 하기도 했다. 손발을 묶은 뒤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도 저질렀다. 발가벗긴 채 엎드려 머리를 바닥에 박도록 하기도 했다.

B씨에 따르면 C씨는 2018년 10월 식사시간 화장실에 다녀온 A씨에게 구단 식당에서 유리로 된 물건을 던져 정강이 부상을 입혔고 주먹으로 때렸다. 이후 1층에서 4층까지 A씨를 끌고 올라가 문을 잠그고 폭행했다. 당시 구단은 A씨에게 C씨가 사과하게 했다. 다만 당시 문제가 된 건 이 폭행사건 뿐이었다. B씨는 “당시에도 C씨는 사과하고 2군에 잠시 내려간 게 전부였다”면서 “원래도 C씨는 1·2군을 오간 선수였다. 징계라 볼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가족들은 당시 머리를 쥐어박거나 뺨을 때린 수준의 손찌검인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올해 초 당시 영상을 보니 그 수준을 넘는 구타가혹 행위였다”고 말했다. B씨는 해당 영상이 A씨가 벌거벗은 채 ‘머리박기’ 괴롭힘을 당하던 당시 동료에게 부탁해 몰래 촬영한 것이라고 했다. B씨는 구단에 지난달부터 문제를 제기했으나 제대로 된 답을 듣지 못했고 오히려 가해자인 C씨에게서 만나자며 먼저 연락이 왔다고 주장했다.

가해자 C씨는 선수 은퇴 뒤 현재 조광래 대구 구단 대표가 이사장으로 겸직 중인 한 지역 축구교실에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C씨의 괴롭힘 사실을 구단 수뇌부가 어느 수준까지 알았느냐에 따라 책임 문제가 제기될 전망이다. 현재 공개된 메신저 대화 중에는 B씨가 현 대구 구단 코치 D씨에게 피해 사실 관해 심정을 토로하는 내용도 있다. B씨는 2018시즌 뒤 대구 구단을 떠났고 1년 뒤 은퇴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현직이 아니기에 피해가 밝혀지더라도 직접 징계는 어렵다”면서 “다만 성추행 관련해 구단이 은폐했다는 근거가 뚜렷하다면 규정상 구단을 제재할 수 있다. 성추행 건 외에도 징계를 논의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명확히 밝혀진 게 없어 관련 조치를 언급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B씨는 “앞서 밝힌 내용은 피해 사실 중 일부”라면서 “경찰에 추가 피해를 비롯해 폭행 당시 사진과 외상 진단서, 정신과 진료내역 등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구단 관계자는 “금일부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