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멍청이들…” 택배기사 반발에 성내는 입주민들

국민일보

“배부른 멍청이들…” 택배기사 반발에 성내는 입주민들

저상 차량 외 일반 택배차량 진입 막은 아파트
택배기사들 배송 중단 선언 기자회견에
입주민들 단톡방서 거센 비난 비방

입력 2021-04-08 17:21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금지 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저상 차량을 제외한 일반 택배 차량(탑차) 출입을 막자 택배 기사들이 반발하며 각 세대 배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8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강동구의 A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지 내 택배 차량 출입금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이 아파트에서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5000세대 규모인 A 아파트는 이달 1일부터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 도로 이용을 막고 손수레로 각 세대까지 배송하거나, 지하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는 저상 차량을 이용하라고 택배기사들에게 통보했다.

택배노조는 “시행하기 전 1년의 유예기간을 줬다고 말하지만, 사실상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금지 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반 택배 차량과 저상 택배 차량. 연합뉴스

노조는 “손수레를 쓸 때 배송 시간이 3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물품 손상 위험도 커진다”며 “저상 차량에서는 몸을 숙인 채 작업해야 해 허리는 물론 목, 어깨, 무릎 등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이 더욱 심각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파트 측 방침은 모두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허용하고 대신 추가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방식을 아파트 측이 고수한다면 14일부터 이곳을 ‘개인별 배송 불가 아파트’로 지정해 아파트 입구로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불가피하게 불편함을 겪게 되실 입주민 고객 여러분께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뉴스1이 입수한 A아파트 입주민 단체 채팅방 캡처. 뉴스1

이날 뉴스1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 A 아파트 입주민 단체 대화방에서는 택배 기사들을 향해 수위 높은 비난과 비방이 쏟아졌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7일 입주민들은 특히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주민은 “우리 아파트가 택배 불가 지역으로 하면 과연 누가 손해냐”며 “우리보다는 택배사가 엄청나게 타격일 듯한데 배부른 멍청이들 같다”고 택배 노조를 비꼬았다.

이밖에도 “택배사가 한 곳만 있는 것도 아니고 협조 되는 곳에서 시키면 된다” “아파트 앞 기자회견 진짜 기분 나쁘다. 누구 때문에 먹고 사는 건데” “어처구니가 없다” 등의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A 아파트는 아파트 단지 내 지상 도로에서 차량 통행을 전면 금지하기로 하고 이달 1일부터 통제를 시작했다. 아파트 측은 긴급차량과 이사 차량 등 지상 통행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모두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반 택배 차량(탑차)은 차체가 지하주차장 진입 제한 높이인 2.3m보다 높아 들어갈 수 없게 된다. 이에 택배사들이 아파트 후문 인근 경비실에 택배를 두고 가버려 상자 1000여 개가 쌓이기도 했다.

이후 아파트 측은 ‘택배 물품을 찾아가라’고 통보했고, 주말 비 소식을 앞두고 기사들이 회수해 가면서 쌓인 택배는 일단 없어졌다. 현재 기사들은 손수레를 끌고 직접 물품을 배달하는 상황이다. 아파트 측은 지난해부터 택배사에 출입통제 방침을 충분히 예고했다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황금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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