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차량에 치여 동생 위급” 누나 호소에 생긴 일 [아살세]

국민일보

“음주차량에 치여 동생 위급” 누나 호소에 생긴 일 [아살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지정 헌혈 요청 글
혈액 30여팩 모여…“정말 감사하다”

입력 2021-04-26 02:00 수정 2021-04-26 02:00
피해자 측이 공개한 사고 현장과 지정헌혈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캡처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크게 다쳤다는 누나의 간절한 호소가 지난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올라왔습니다. 누나는 이런 부탁을 하는 자신을 “비난해도 좋다”며 ‘지정 헌혈’을 요청했죠. 익명의 공간에 올라온 낯선 이의 부탁에 커뮤니티 회원들은 어떻게 응답했을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기적처럼 혈액 30여팩이 모였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 22일 오후 11시40분쯤 경북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앞 삼거리에서 발생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달리던 쏘렌토 승용차와 K7 승용차가 충돌한 거죠. 쏘렌토 차량 운전자는 음주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 사고로 두 차량에 타고 있던 3명 모두 중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 부상자 중 한 명이 글쓴이의 20대 동생이었습니다. 글쓴이는 “동생이 많이 위급하다”며 “갑자기 달려온 음주운전 차량으로 인해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병원에서 혈액 수급이 어렵다”면서 지정 헌혈을 해 달라고 부탁했죠. “가입하자마자 이런 글을 올려 죄송하다”고 사과한 그는 너무 절박해 커뮤니티의 힘을 빌려보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커뮤니티에 가입했다는 회원. 첫 게시물부터 지정 헌혈을 부탁하는 글을 안 좋게 볼 법도 한데, 이곳 커뮤니티 회원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에서 이들이 이렇게 반응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죠.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죠.” 총 660개의 댓글은 이런 상황이라면 어떤 이유라도 괜찮다고, 다른 설명은 필요 없다고 말하는 듯했습니다. “이런 건 당일 가입이고 뭐고 추천입니다.” “일단 사람부터 살려야죠.”

얼마 뒤 글쓴이가 추가로 글을 올려 상황을 알려왔습니다. 그의 글에서는 회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자신 또한 남을 도우며 살겠다며 또 다른 선행을 약속하기도 했죠.

“많은 분이 도움을 주신 덕분에 병원에서 지금 당장 필요한 혈액량은 충분한 상태라고 합니다. 너무 많이 들어와서 간호사들도 놀라고 가족들도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저희 남매와 가족 모두 은혜를 갚고 베풀며 살겠습니다. 오늘 오전에 간호사님을 통해서 모든 사람이 도와주고 있으니 힘내라고 동생에게 전해줬습니다. 눈을 깜빡깜빡했다고 하더라고요. 의식이 돌아오고 잘 버텨주고 있나 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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