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장관이면 이랬을까” 열사병 숨진 장병 모친의 절규

국민일보

“엄마가 장관이면 이랬을까” 열사병 숨진 장병 모친의 절규

육대전, 페이스북에 유가족 글 공개
母 “아들 사인은 열사병 아닌 무관심”
군 “다음주 중 중간수사 결과 발표”

입력 2021-07-26 10:08 수정 2021-07-26 11:26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강원도 고성군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작전 도중 열사병으로 쓰러져 순직한 병사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이었다”며 “엄마가 장관이었거나 아빠가 국회의원이나 별을 단 장성이었다 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지난 24일 육군 22사단 소속 의무병 심준용 상병(순직 후 일병서 상병으로 추서) 어머니의 편지를 공개했다.

어머니는 “제 아들은 지난해 12월 논산훈련소로 입소해 의무병으로 22사단에 배치됐다”며 “6월 24일 코로나19 1차 접종을 하고 6월 30일 GP로 올라갔다”고 했다.

그는 “방탄조끼를 입고 방탄모를 쓰고 등에는 군장을 앞에는 아이스패드가 든 박스를 메고 경사가 34~42도인 가파른 산길을, 혼자 걷기도 수풀이 우거진 길을 내려갔단다”며 “방탄조끼에 방탄모에 앞뒤로 둘러싸인 군장과 박스에 몸 어디로도 열이 발산되지 못하고 차곡차곡 쌓여갔을 거다. 웬만하면 힘들다는 얘기도 안 하는 아이인데 힘들다는 말을 세 번이나 했고 귀대과정 오르막에선 이상증세도 보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잠시 후 아들이 12시30분쯤 쓰러졌다. 작전지역이 너무 험하고 헬기로 이송이 불가능해 결국 같이 작전 중이던 대원들이 아이를 업고 물 뿌리며 2시55분 GP에 도착했다. 이후 강릉 국군병원을 거쳐 강릉 아산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15분이나 됐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병원에 도착한 아들 체온은 40도가 넘었다. 의식도 없고, 호흡과 맥박도 거의 없는 상태였다”며 “뇌는 주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부어 있었고, 혈압은 70 밑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후 병원에서 병명은 열사병이 맞다고 하더라”고 했다.

어머니는 “백신 맞은 지 1주일밖에 안 된 아이를, GP 도착하고 24시간도 안 된 아이를, 훈련소에서 행군해 본 것이 다였을 아이를 최소한의 훈련도 없이 헬기로 구조도 안 되는 지형으로 작전에 투입했다. 왜 이런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만 20살의 건장하던 아들이 한 줌 가루가 돼 조그만 함에 담겨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기가 막혀 눈물밖에 나지 않는다”며 “이런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아들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어머니는 “나라를 지키는 사람은 장관인 엄마도, 금배지나 별을 단 아빠도 아닌 우리의 아들들”이라며 “자신의 청춘을 국가에 헌납한 아이들이 또 무관심 속에 쓰러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사단 의무병이었던 고인은 지난 1일 오후 DMZ 작전 중 쓰러져 8일 사망했다. 군은 작전 중 사망한 점을 고려해 고인을 상병으로 1계급 추서하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했다.

이와 관련, 육군은 24일 “고인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필요한 후속 조치를 하는 가운데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면서 “유가족들께서 질의하시고 수사한 사항을 종합해 다음 주 중 중간 수사 결과를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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