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속 연어가 ‘산채로’ 익어간다…인간이 초래한 비극[영상]

국민일보

강물 속 연어가 ‘산채로’ 익어간다…인간이 초래한 비극[영상]

“사람으로 치면 38도 넘는 날씨에 마라톤하는 것”
상처투성이 몸으로 ‘불타는 빌딩’ 탈출하려 안간힘
폭염에 댐 건설로 수온까지 높아진 게 원인

입력 2021-07-29 00:23 수정 2021-07-29 00:23
미국 환경보호단체 '컬럼비아리버키퍼' 제공

태평양 북서부 지역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컬럼비아강의 연어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고온의 물에 노출되는 위기에 처했다. 특히 연어들이 뜨거워진 물속에서 익어가는 모습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환경보호단체 컬럼비아리버키퍼가 공개한 영상을 바탕으로 태평양에서 컬럼비아강으로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올라온 연어들이 온몸에 상처투성인 채 힘겹게 헤엄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어의 몸에 난 상처는 스트레스와 물속 열기로 인한 것이다.

영상을 촬영한 단체의 브렛 밴던호이벌은 “‘불타는 빌딩’에서 탈출하기 위해 연어들이 원래 다니던 길을 바꿔 컬럼비아강 지류인 리틀화이트살먼강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 '컬럼비아리버키퍼' 캡처

컬럼비아리버키퍼는 28일 유튜브 채널에 ‘뜨거운 물로 인해 죽어가는 연어’라는 제목으로 지난 16일에 물속에서 촬영한 영상을 게재했다. 연어들의 몸 곳곳은 상처로 문드러져 있다. 심지어 일부는 열기에 그대로 벗겨진 살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뜨거운 물속에서 힘겹게 겨우겨우 헤엄치고 있는 모습이다.

연어들은 산란은커녕 생존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상태로 보인다. 붉은 건선과 흰곰팡이병 등 질병이나 화상의 위험으로 숨질 가능성도 크다.

촬영이 이뤄진 당시 수온은 21도를 넘었다. 미국 수질오염방지법에 따르면 컬럼비아강의 수온은 20도를 넘으면 안 된다. 특히 연어는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치명적이다.

밴던호이벌은 “사람이 38도가 넘는 날씨에 마라톤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차이가 있다면 연어에게 이 상황은 운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에겐 선택의 자유가 없다. 살아남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 '컬럼비아리버키퍼' 캡처

이런 장면은 최근 북서 태평양지역과 캐나다에 들이닥친 강한 폭염으로 수백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이어 또 다른 비극적인 희생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미 이달 불볕더위로 10억 마리 이상의 해양동물이 죽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의 배경에 폭염만 있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수십년 동안 많은 댐이 건설돼 강물의 흐르는 속도가 느려져 수온이 상승하게 됐다는 것이다.

밴던호이벌은 “얼마나 많은 연어가 뜨거운 물로 죽게 될지 정확히 말하는 건 아직 섣부르지만 앞으로 두 달 이상 강물이 계속 뜨거워진다면 더 많은 연어가 죽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컬럼비아강을 포함한 인근 강에는 수십만 마리의 연어가 머물고 있다.

그는 “동물들이 이렇게 부자연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건 정말 마음 아프다”면서 “더 최악인 건 그 원인을 생각했을 때 인간이 야기한 문제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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