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청바지 입었다고…” 17살 인도 소녀에게 일어난 비극

국민일보

“21세기에 청바지 입었다고…” 17살 인도 소녀에게 일어난 비극

입력 2021-07-30 00:08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친척들에게 잔혹하게 구타당해 숨진 17살 소녀 네하 파스완. BBC 캡처

인도에서 17세 소녀가 청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친인척들에게 폭행당해 죽음에 이르러 인도 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지난 27일(한국시간) BBC 힌디에 따르면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지난주 17세 소녀 네하 파스완이 친인척에게 잔혹하게 구타당해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소녀가 살던 마을은 인도에서 가장 개발이 덜 된 지역 중 하나다.

그녀의 어머니 샤쿤탈라 데비 파스완은 딸이 옷 입는 문제를 두고 말다툼을 벌이다 할아버지와 삼촌들에게 심하게 구타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샤쿤탈라는 “딸은 청바지에 상의를 입고 종교의식을 치렀다”며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녀의 옷차림을 지적하자 네하는 ‘청바지는 입으라고 만든 거라 입은 것뿐’이라고 반박했다”고 설명했다.

청바지를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은 고조됐고 결국 폭력 행사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네하는 조부모와 친척들에 의해 구타당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그의 조부모는 네하를 병원으로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샤쿤탈라는 “그들은 내가 네하와 (병원에) 동행할 수 없게 했다”며 “내가 친척들에게 네하를 살펴보라고 전했지만, 네하를 (병원에서) 찾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다음 날 마을 인근 강가의 다리에 한 소녀의 시신이 걸려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조사 결과 그 시신은 네하로 밝혀졌다.

경찰은 네하의 조부모, 삼촌, 이모, 사촌 등 10명을 살인 및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아직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BC 힌디에 “조부모, 삼촌 등 4명이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며 “나머지 용의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네하의 아버지 아마르나트 파스완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이 비극적인 사실을 접했다. 그는 네하를 포함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샤쿤탈라에 따르면 네하의 조부모는 평소에 네하를 학교에 보내지 말라고 가족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적인 옷을 입기 좋아했던 네하가 인도의 전통 의상이 아닌 옷을 입을 때마다 꾸짖곤 했다.

샤쿤탈라는 “네하는 경찰이 되고 싶어했지만, 이제 딸의 꿈은 실현될 수 없게 됐다”고 처참한 심경을 밝혔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화려한 의상을 입고 있는 인도의 여학생들. 2020.01.26. 게티이미지뱅크

BBC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여전히 소녀와 여성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있다. 태어나기 전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뜻이다. 가정폭력이 만연하며, 결혼 시 지참금을 적게 가져왔다는 이유로 하루 평균 20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고 있다.

젠더 운동가 롤리 시바레는 “21세기에 청바지를 입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소녀들이 죽임을 당한다는 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소녀들이 우리의 우선순위라며 그들의 복지를 위한 거창한 계획을 발표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정부는 더 많은 투자를 할당해 그들이 처해있는 환경을 개선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일한 장기적인 해결책은 소녀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알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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