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올림픽] ‘살인더위’ 불만폭주 테니스, 뒤늦은 후속 조치

국민일보

[세상에 없던 올림픽] ‘살인더위’ 불만폭주 테니스, 뒤늦은 후속 조치

입력 2021-07-29 12:24 수정 2021-07-29 12:28
스페인 파울라 바도사(29)가 28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테니스파크에서 열린 테니스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폭염으로 인한 기권을 한 뒤 휠체어를 타고 퇴장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테니스 경기 시작 시간이 오후 3시로 변경된다.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 더위로 선수가 휠체어에 실려가고, “이러다 죽으면 책임질 거냐” 불만이 폭주한 데 따른 것이다. 폭염·태풍 등 기상상황에 대한 우려가 오래 전부터 있었음에도 이 시기에 올림픽을 강행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국제테니스연맹(ITF)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2020 도쿄올림픽 테니스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3시로 변경한다고 28일 밝혔다. 당초 경기 시작 시간은 29일은 오전 11시, 30일부터는 낮 12시였다.

하지만 도쿄는 연일 30도가 넘는 등 고온다습한 날이 이어지면서 체력 소모가 큰 테니스 선수들은 폭염의 영향이 덜한 시간대로 경기 시작 시간을 늦춰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ITF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조직위와 협의한 끝에 선수들의 건강을 고려해 그동안 오전에 진행되던 경기 시작 시간을 늦추기로 결정했다. ITF는 “테니스는 전 세계에서 태양 아래 열리는 스포츠지만 선수들이 도쿄올림픽에서 직면한 고온다습한 환경은 올시즌 가장 가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1964 도쿄올림픽은 10월에 개최해 폭염을 피할 수 있었다. 기후가 비슷한 한국도 1988년 서울올림픽을 9~10월 진행했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 추진위는 7월말~8월초에 강행했다. 이 기간 다른 대규모 국제 스포츠 경기가 예정돼있지 않아 올림픽 주목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이유다. IOC 수익의 상당 부분이 방송사 등에서 받는 중계권료인 점을 고려해 강조한 것이다.

폭염 우려에도 일본은 “이 시기는 맑은 날이 많고 따뜻해 선수에게 이상적인 기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위로 인해 ‘올림픽의 꽃’인 마라톤이 개최 도시 도쿄가 아닌 삿포로에서 치러지는 웃지 못할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자국에서도 비판을 받았다.

실제 올림픽이 시작되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테니스 여자 단식 8강전에 출전한 스페인 파울라 바도사는 살인적 더위 탓에 1세트 후 기권해야 했다. 그는 코트 밖으로 이동할 때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로 몸이 성치 않았다. 남자 단식 3회전에 나온 세계랭킹 2위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는 경기 중 심판에게 더위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이에 그는 “내가 죽으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 26일에는 남자 트라이애슬론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이 구토를 하는 등 이상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BBC는 “전 세계 엘리트 선수들이 도쿄 곳곳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을 때 정부는 시민들에 ‘햇볕 아래서 운동하는 것을 피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며 “이 상황은 분명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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