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한들 속 빛난 5위…‘작은 거인’ 황선우 “절 기억해 주세요”

국민일보

거한들 속 빛난 5위…‘작은 거인’ 황선우 “절 기억해 주세요”

100m 5위…“힘들었지만 참고 최선 다 해”
아시아 선수로선 69년 만의 최고 성적
“박태환과 언급 감사…황선우도 많이 기억해주시길”

입력 2021-07-29 13:11 수정 2021-07-29 14:17
출발 준비하는 황선우. 연합뉴스

“주종목 100m·200m를 모두 마쳐서 너무 후련해요.”

29일 일본 도쿄의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결승 경기를 치르고 나온 ‘수영 천재’ 황선우(18·서울체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입가엔 만족스런 미소가 깃들어있었다.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그가 이날 세계 5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로선 69년 만에 최고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사실 단거리인 자유형 100m는 체격이 크고 근육질인 서양인들이 휩쓰는 종목이다. 황선우도 키는 186㎝로 큰 편이지만, 몸무게가 74㎏로 굉장히 호리호리하다. 믹스트존에 선 황선우 곁으로 지나가는 외국 선수들은 하나같이 가로로 황선우 두 명은 붙여놓은 것 같은 거한들이었다.

심지어 6번 레인에 배정된 황선우의 양 옆으론 5번 레인의 케일럽 드레슬(미국), 7번 레인의 카일 차머스(호주)가 위치했다. 드레슬은 2017 부다페스트, 2019 광주 세계선수권서 7관왕·6관왕을 휩쓴 최고 선수고, 차머스는 2016년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다. 두 거한이 일으키는 물살의 영향을 받는 가운데서도 황선우는 47초82의 기록을 냈다. 47초02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고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드레슬과는 단 0.80초 차, 2위를 기록한 차머스(47.08초)와는 0.74초 차였다.

황선우는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200m 경기가 끝난 뒤로 계속 지친 상태였지만, 참고 최선을 다 하니 좋은 기록이 나왔다”며 “100m는 전략 같은 거 안 취하고 그냥 온 힘을 다 하자 했다. 어제 경기보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이렇게 멋진 선수들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 들어오는 황선우. 도쿄=이동환 기자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시간차로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지만, 황선우는 아시아 수영계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겼다. 이날 황선우가 기록한 5위는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스즈키 히로시(일본) 이후 69년 만의 최고 성적이다. 전날 준결승에선 47초56으로 닝쩌타오(중국)가 세운 종전 아시아기록(47초65)까지 경신한 황선우는 말 그대로 탈(脫)아시아급 선수가 됐다.

황선우는 매일같이 새로운 기록을 써내는 비결에 대해 “서양인들처럼 큰 몸은 아니지만 물 타는 능력이 있어 동양인의 몸으로도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또 스타트 반응속도는 정말 만족스럽고, 조금은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황선우는 왼팔보다 오른팔을 더 세게 휘두르는 비대칭 스트로크를 구사한다. 물의 저항을 덜 받아 추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법이다. 출발 반응 속도도 이날 0.58초를 기록해 세계 최고 선수 8명 중 황선우가 가장 빨랐다.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200m 7위에 이어 100m 5위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황선우는 아직 배고프다. 2024년 파리에선 단점들을 보완해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스타트 돌핀 구간이 아쉬웠다. 다시 훈련하며 고쳐나가야 한다”며 “100m는 단거리라 선수들 몸이 다 크고 좋은데 뒤처지지 않으려면 몸을 급하진 않지만 천천히 키워나가야겠단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리고 ‘포스트 박태환’이 아닌 ‘퍼스트 황선우’로서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릴 생각이다.

“박태환 선수와 같이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요. 하지만 황선우란 선수도 많이 기억해주시면 더 감사할 것 같습니다.” 황선우는 다음 날 자유형 50m 예선에서 또 한 번의 기록에 도전한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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