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렸던 9분35초 접전…유도 조구함, 값진 銀

국민일보

피말렸던 9분35초 접전…유도 조구함, 값진 銀

17년 만에 100㎏ 메달 획득
일본 울프 아론과 접전 끝 아쉬운 패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겠다”

입력 2021-07-29 19:56

“파리올림픽 준비해야죠.”

29일 일본 도쿄의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급 결승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은 귀국 후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지체없이 이렇게 답했다. 일본 유도의 성지 일본무도관에서 일본 선수와 치른 결승전. 그것도 9분35초나 진행된 ‘혈투’에서 아쉽게 패해 은메달에 머문 데 대한 아쉬움이었다.

조구함으로선 벼르고 있던 결승 대진이었다. 조구함은 지난 2016 리우올림픽에 큰 기대를 안고 첫 출전했지만 훈련 중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어 16강 탈락했다. 그 바람에 한국 유도도 ‘노골드’에 그쳤다. 그런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일본의 간판 울프 아론(5위)은 결승 상대로 안성맞춤이었다.

조구함은 “대진표를 보고 울프 선수가 꼭 올라오길 바랐다.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결승에서 일본 선수를 만난다면 올림픽 이상의 의미가 있을거라 생각했고, 승리할 거란 자신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론은 강했다. 치열한 골든스코어(연장전) 승부에서 두 선수는 체력이 방전된 상태에서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누가 이겨도 납득 가능했을 경기에서 조구함은 통한의 안다리 후리기를 허용해 한판 패 당했다.

너무도 아쉬운 순간이었다. 조구함은 2016년 부상 후 피나는 재활과 훈련을 거쳤다. 금호연 유도대표팀 감독이 “조구함은 한 번 하라고 지시하면 열 번은 하는 성실한 선수”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을 정도다. 2018년 세계선수권 금메달과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9년 각종 국제대회에서 5개의 메달을 휩쓸면서 지난해 2월엔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훈련했기에, 조구함은 패배에도 눈물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울프의 손을 들어주는 훈훈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10년 이상 했는데 만나본 선수들 중 (울프가) 제일 강했다. 저 선수도 저를 많이 연구한 것 같고, 준비를 많이 한 것 같아 패배를 인정했고, 손을 들어줬다”고 했다.

17년 만에 이 체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조구함은 다시 허리띠를 조일 생각이다. 그는 “이번 은메달이 제가 파리올림픽 준비할 수 있게 결정시켜준 계기가 됐다”며 “더 열심히 해 금메달 딸 수 있게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날 여자 유도 78㎏급에서 메달에 도전한 윤현지(23위·안산시청)는 세계랭킹 5위와 7위 선수를 잡아내는 이변으로 준결승까지 올랐지만 마들렌 말롱가(1위·프랑스), 마이라 아귀아르(8위·브라질)에 잇따라 발목 잡히며 메달 획득엔 실패했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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