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銀’ 조구함 부친 “가슴 떨려 경기도 제대로 못 봤죠”

국민일보

‘아쉬운 銀’ 조구함 부친 “가슴 떨려 경기도 제대로 못 봤죠”

덤프트럭 몰고 가스 배달해 홀로 아들 뒷바라지
아들 담력 위해 새벽 공동묘지에 두고 오기도
“못 가본 여행도 가고 함께 쉬고 싶어요”

입력 2021-07-29 20:33 수정 2021-07-30 05:01
아쉽게 금메달을 놓치고 고개를 떨군 조구함. 연합뉴스

조구함(29·KH그룹 필룩스)이 29일 일본 도쿄의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유도 남자 100㎏급 경기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친 순간, 아버지 조병화(52)씨는 본가가 위치한 강원도 춘천이 아닌 화천까지 차를 몰고 나와 휴대폰을 통해 홀로 경기를 지켜봤다. 수 백 번, 아니 수 천 번도 더 지켜본 아들의 경기지만 이날은 특별히 더 가슴이 떨렸기 때문이다.

조씨는 덤프트럭을 몬다. 한 때는 가스 배달도 했다. 조구함이 아직 초등학생이던 시절 아내와 갈라서 홀로 아들을 뒷바라지해야 했다. 그런데 아들은 유도 선수의 길을 선택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씨름 선수를 했던 조씨는 “선수는 힘들다”며 만류했지만, 고집을 꺾을 순 없었다. 조씨는 “어릴 때부터 구함이가 그 흔한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못가고 운동만 했다”며 “유도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 했다.

아들이 중학교 3학년 시절 크게 두각을 나타내자 조씨는 일을 하다가도 멈추고 아들의 경기를 쫓아 다녔다. 어머니가 부재한 공백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 경기가 있을 때면 몸보신할 음식을 사서 손수 끓여 먹였다. 조씨는 “처음엔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부모 마음은 다 똑같다. 저 뿐만이 아닌 모든 부모들이 그렇게 했을 것”이라 했다.

아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자신이 펴지 못한 운동선수로서의 꿈을 아들은 이뤄주길 바랐다. 아들에게 샅바를 채운 뒤 모래사장에 메치면서, 아들이 상대 기술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법을 몸소 체득하게 했다.

새벽에 자는 아들을 깨워 공동묘지에 데려다놓고 오기도, 춘천시청 앞 광장에서 유도복을 입고 큰 소리로 자기소개하게 시키기도, 또래 여자 친구들에게 말을 붙여보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아들의 담력을 키워주고 싶어서였다. 조구함은 이에 대해 “그 땐 정말 이해가 안 됐지만, 큰 대회를 치르며 긴장이 안 됐을 때 아버지께 정말 많이 감사했다”고 회상했다.

동생과 포즈를 취한 조구함(뒤)의 어린 시절 모습. 아버지는 두 남매의 사진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 조병화씨 제공

조씨는 최근 몇 달 간 아들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만큼 조구함은 이번 올림픽 메달을 위해 간절히 훈련했다. 조씨는 “도쿄에 간 뒤 연락했는데, 구함이가 ‘아버지 미안한데 지금은 나 자신에게 올인하고 있으니 시합 끝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말자’고 했다”며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더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아들은 이날 마지막에 아쉽게 패했지만, 호기롭게 세계 정상에 도전했다. 조씨는 고생한 아들을 떨어져 사는 아내, 막내딸과 함께 맞을 계획이다. 조구함은 흩어진 가족을 계속 연결시키는 매개체이기도 한 것이다. 조씨는 “힘들었던 아들과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못 가본 여행도 가보며 함께 쉬고 싶다”고 했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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