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 놀다 사라진 4살…이틀동안 산속 누빈 주민들

국민일보

누나와 놀다 사라진 4살…이틀동안 산속 누빈 주민들

[아직 살만한 세상] 자발적 수색에 이틀동안 참여한 부부
새벽에 나가며 “찾기전까지 집에 오지말자” 각오
“아이 잘 지낸다” 근황 전해

입력 2021-09-11 02:00

“제발 우리 애 좀 찾아주세요”

지난달 13일, 경남 창원에서는 4살 된 남자아이가 실종됐다는 112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누나와 등산로에서 놀다 산 속에서 길을 잃어 실종된 건데요. 아이를 찾는 가족의 간곡한 호소에 경찰관들은 신속하게 현장수색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나 날은 계속 어두워져만 갔고 경찰관과 소방구조대원 모두가 나서 아이를 찾았지만 수색에 난항을 겪었습니다. 이에 경찰은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환자 등의 실종사건 발생시 지역 주민에게 실종정보를 문자메시지로 전송하는 ‘실종경보 문자 제도’를 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수색 현장에는 주민분들의 따뜻한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늦은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종된 아이가 걱정돼 모두 한 걸음에 달려온 건데요. 온라인 지역 맘 카페에서도 실종된 아이의 글을 올리면서 아이 찾기에 동참했습니다. 경찰과 주민들 모두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한 마음으로 분주하게 수색을 이어나갔습니다.

그러나 어느덧 해는 밝고 민·관·경 등 500여 명이 쉬지 않고 수색을 벌였지만, 아이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비까지 내리며 걱정은 배가 됐는데요.

그때 기적같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자발적으로 수색현장을 찾았던 이웃 주민 부부가 풀숲에서 웅크리고 있던 아이를 발견한 겁니다. 아이가 안긴 채 산 밑으로 내려오는 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아이를 찾길 기다렸던 주민들은 눈시울을 적시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허성무 경남 창원시장이 26일 마산회원구 갈뫼산 입구에서 놀다 실종된 A군(3)의 수색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14시간만에 갈뫼산 4부 능선에서 아이를 발견한 장세영, 나점심 부부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뉴시스

그렇게 아이는 14시간 만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남편과 함께 아이를 찾은 이웃 주민 나점심씨는 1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아이의 실종 소식을 오후 8시쯤 듣고 집을 나섰다 11시 반에 돌아왔는데 너무 걱정돼 잠을 자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부부는 걱정되는 마음에 그 다음날 오전 6시에 함께 아이를 찾으러 갔다고 하는데요. 아이를 찾기 전에는 집에 돌아오지 말자는 각오로 집을 나섰다고 합니다.

부부는 사람들이 가기 힘든 곳 위주로 수색을 하다가 동네로 내려오는 길에서 나무 뒤에 가려져 앉아있는 아이를 발견했습니다. 나점심씨는 아이를 보자마자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기쁘고 감사했다며 그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는 “비도 오는데 밤새 견뎌줘서 고마워” “엄마한테 가자” “이제 괜찮아”라고 말하며 아이를 안심시켰다고 합니다. 아이는 울다가 지쳐서 나점심씨의 남편인 정세영씨에게 안겼고 부부는 번갈아가며 아이를 안고 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나점심씨는 아이를 찾으러 가면서 “산에 멧돼지, 들개 같은 위험 요소가 많아 혹시나 잘못된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안 좋은 말을 하면 그대로 이뤄질까 무서워 부정적인 이야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나점심(60세), 정세영(64세) 부부는 8살과 6살의 손녀를 둔 할머니, 할아버지입니다. 아이를 찾으면서 손녀 생각이 많이 나 남일 같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며칠 전 부부는 조그만한 선물을 들고 아이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나점심씨는 아이가 건강을 되찾아 잘 뛰어놀고 있다며 아이의 근황을 전해주었습니다. 이와 함께 아이를 찾으려고 함께 고생한 주민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아이를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나점심, 장세영 부부의 이 같은 공로에 창원시는 지난달 26일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허성무 시장은 “실종 당일 모든 시민이 아동을 찾길 바라는 간절한 심정이었고 회성동 주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하며 “아동을 발견한 두 분께서 마을주민을 대신해 감사패를 받아주시기 바란다”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죠. 이 속담의 진가를 이번 창원에서 발견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히 자랄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건 어떨까요? 창원 주민분들에 의해 기적적으로 발견된 아이도 앞으로 더 건강하고 힘차게 자라나길 바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노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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