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벽에 머리 쾅쾅…홀로 남은 범고래 발버둥[영상]

국민일보

수족관벽에 머리 쾅쾅…홀로 남은 범고래 발버둥[영상]

야생에서 포획돼 40년 넘게 해양공원 갇혀
전문가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 행위” 우려

입력 2021-09-14 02:10 수정 2021-09-14 02:10
해양공원 수조에서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범고래 키스카의 모습이 공개됐다. 필 데머스 트위터 캡쳐

캐나다의 한 해양수족관에서 40년 넘게 갇힌 채 홀로 살아남은 ‘외로운’ 범고래가 자해하는 듯한 모습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10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아이뉴스 등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한 해양공원에 사는 ‘키스카’라는 이름을 가진 범고래가 수족관 벽에 스스로 몸을 부딪치는 영상이 공개됐다고 전했다.
스스로 수족관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범고래 키스카의 모습. 필 데머스 트위터 캡쳐

이 영상은 나이아가라폭포 관광지 내 해양공원인 마린랜드에서 해양 포유류 관리사로 일했던 필 데머스가 ‘내부고발’을 위해 지난 4일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에는 범고래 키스카가 물속을 비정상적으로 떠다니며 수족관 벽에 스스로 머리를 부딪치는 모습이 담겼다.

필 데머스는 영상을 본인의 트위터에 공유하며 “해양공원에서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범고래 키스카가 벽에 머리를 찧는 것을 관찰했다”며 “이 잔인함은 끝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키스카는 암컷 범고래로 아이슬란드 해안에서 태어난 뒤 1979년 사람들에게 포획돼 수족관으로 팔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40년 이상을 수족관에 갇혀 지내야 했던 키스카는 새끼 5마리를 출산하기도 했으나 안타깝게도 5마리 모두가 어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키스카는 10년 넘게 수족관에 홀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범고래는 사회성이 강한 동물로 야생에서 여러 세대의 가족으로 구성된 그룹으로 살아간다. 전문가들은 고립된 키스카의 환경이 야생에서 경험해야 할 범고래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모두 박탈당한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키스카가 물이 넘쳐 흐를 정도의 세기로 수족관 벽에 머리를 내던지는 모습에 전문가들도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를 의심했다.
범고래 키스카의 모습. 필 데머스 트위터 캡쳐

키스카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공개되며 해양공원 마린랜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졌다.

동물보호단체(PETA)는 “마린랜드가 범고래 키스카를 신체적·정신적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환경에 가둬두고 있으며 이는 동물보호법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래포획근절을 주장하는 해양동물 보호 활동가 롭 로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키스카가 보이는 반복적인 행동은 스트레스로 인한 결과로, 인공적인 환경에서 40년 넘게 생활하면서 생긴 것”이라며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포획된 범고래의 면역체계를 손상해 질병을 일으키고,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 데머스 트위터 캡쳐.

해양공원 마린랜드는 지난 5월 캐나다 동물복지국으로부터 수질 불량으로 수족관의 물 관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명령을 두 차례나 받았다. 트위터에서는 해시태그 ‘#FreeKiska’와 함께 시민들과 동물보호단체가 키스카의 자유를 주장하고 있다. 마린랜드 측은 현재까지 이에 대한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았다.

천현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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