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체세포→심혈관 조직 전환…심장재생 가능성 열었다

국민일보

피부 체세포→심혈관 조직 전환…심장재생 가능성 열었다

피부에서 떼낸 섬유아세포, 주요 심장세포, 세포외 기질 보유 조직 변환

줄기세포 단계 없이 가능…이식 외 방법 없는 상황에서 청신호

입력 2021-09-14 11:10 수정 2021-09-14 11:17


심장마비는 세계 사망원인 1위 질환이고 한국인 사망원인 중 2위다. 심장은 재생 능력이 거의 없어 손상 정도가 심할 경우 심장을 이식하는 것 외에는 다른 치료법이 없다.

하지만 기증된 심장의 수가 이식 대기 환자 수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해 최근 ‘세포 치료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다양한 종류의 세포를 이용한 심장 재생 연구들이 보고됐지만 임상적으로 효과가 증명된 치료법은 없다.

이런 가운데 한국 의학자들이 피부에서 떼낸 일반 체세포를 줄기세포 단계 없이 심혈관 조직으로 직접 바꾸는 기술을 개발해 심장 재생 치료 가능성을 열었다.

재생 능력이 없어 이식 수술 외 방법이 없던 심장 치료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연세대의대 의생명과학부와 미국 에모리대 윤영섭 교수 연구팀은 일반 체세포의 하나인 ‘섬유아세포’를 직접 전환하는 방법을 통해 주요 심장세포들과 세포외 기질을 보유한 ‘직접전환 심장유사조직’을 만들어 동물모델에 적용, 심장재생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최신호에 발표됐다.

세포 치료법을 이용한 심장 재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심장이 여러 세포로 이뤄져 있고 이식된 세포들이 1~2주 내에 거의 사라진다는 것이다.
심장 재생을 위해서는 심근세포, 혈관내피세포, 평활근세포, 섬유아세포 등 심장을 구성하는 중요 세포들을 함께 이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식된 세포의 생존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세포외기질과 함께 융복합 치료제로 이식해야 한다.

최근 다양한 세포·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여러 세포를 각각 분화시켜 세포외기질과 혼합하는 융복합제제 방식이 시도되고 있으나 기술적, 경제적으로 현실성이 적고 종양 생성 등 위험이 있다.

연구팀은 동물(마우스)모델에서 줄기세포가 아닌 일반 체세포의 하나인 섬유아세포를 주요 심장 세포들과 세포외기질을 한 번에 만드는 ‘조직직접전환(Direct tissue reprogramming)’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을 통해 마우스 피부에서 분리한 섬유아세포에 ‘microRNA 208’과 ‘BMP4’·, 수용성 비타민인 ‘ascorbic acid’를 넣고 특정 조건에서 약 7일 이상 배양했을 때 섬유아세포가 심근세포, 혈관내피세포, 평활근세포 및 세포외 기질을 동시에 생성하는 패치 형태 조직으로 변함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조직을 ‘직접전환심장유사조직(reprogrammed cardiovascular tissue, rCVT)’이라 이름 붙였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심장 유사조직을 심근경색에 걸린 마우스 모델의 심장 외벽에 직접 패치 형태로 부착해 치료 효과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rCVT를 붙이고 12주가 지난 후 측정한 ‘심근경색에 의한 손상 정도(섬유화 비율)’가 대조군과 비교해 약 50% 이상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또 심장 조직을 16주에 걸쳐 검사한 결과 rCVT 내의 리프로그램된 세포들이 심장 내부로 이동해 내피세포와 평할근세포는 혈관을 형성하고, 심근세포는 16주동안 성숙해 심장에 있는 정상 심근세포처럼 기능하며 심장 재생에 기여했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로 한 종류의 체세포를 심혈관 조직으로 줄기세포 단계 없이 직접 전환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추후 심장 재생 치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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