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내몰아” 대리점주 유족, 택배노조 13명 고소

국민일보

“죽음으로 내몰아” 대리점주 유족, 택배노조 13명 고소

입력 2021-09-17 14:23 수정 2021-09-17 14:58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김포 택배대리점주의 아내 B씨가 17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김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B씨는 이날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전국택배노조 노조원 13명을 고소했다. 연합뉴스

경기도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 대리점을 운영해 온 40대 점주가 노조의 집단 괴롭힘을 알리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세 자녀와 함께 남겨진 아내는 전국택배노조 노조원 13명을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유족은 17일 오전 11시30분쯤 김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택배노조 김포지회 노조원 13명이 A씨를 괴롭히며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유족이 작성한 고소장에는 이들 노조원이 30회의 명예훼손과 69회의 모욕 행위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A씨의 아내 B씨는 기자회견에서 “피고소인들은 단체 대화방에서 고인이 택배기사에게 돌아갈 돈을 빼돌리는 방법으로 많은 돈을 벌어갔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올렸다”며 “‘누구 말대로 XX인건가…뇌가 없나…멍멍이 XX같네…ㅋㅋㅋ’같은 욕설도 올리며 고인과 저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의 유서와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대화에 의하면 피고소인들은 고인을 집단으로 괴롭혀 장기집배점 대표에서 물러나게 하고 대리점 운영권을 가져가려는 의도가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김포 택배대리점주의 아내 B씨가 17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김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B씨는 이날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전국택배노조 노조원 13명을 고소했다. 연합뉴스

B씨는 그러면서 “고인을 극단적 선택에 내몬 이들을 용서할 수 없다. 다시는 고인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결심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이날 고소장과 함께 숨진 A씨의 휴대전화도 경찰에 제출했다.

실제로 노조원들은 SNS 대화방에서 A씨를 조롱하고 비아냥대는 내용의 글을 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일 언론에 공개된 택배노조 김포지회의 SNS 대화방 내용을 보면 노조원 C씨는 “여기 계시는 노조 동지분들때문에 A씨가 일단 대리점 포기를 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투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됩니다”라고 썼다. 그러자 노조원 D씨는 “A씨는 보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할 듯합니다. 더 힘내서 대리점 먹어봅시다”라고 답했다. 두 사람은 A씨가 유서에서 자신을 괴롭힌 노조원으로 지명하고 실명을 공개한 이들이다.

한편 전국택배노조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조합원이 A씨를 조롱하며 괴롭힌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택배 배송 거부 등 노조원들의 쟁의 행위는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A씨의 극단적 선택의 원인은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포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CJ대한통운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A씨 유족과 택배대리점연합회는 택배 당일배송 거부는 계약위반 행위라고 반박했다.

택배대리점연합회는 “A씨는 노조원들이 자신들만의 대화창에서 욕설을 하고 압박하는 대화를 나눈 것을 알고 있었다”며 “A씨가 유서에 노조원들을 지목해 적은 것은 직·간접적으로 자신을 압박한 것에 대한 원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택배노조는 노조원들이 택배 배송을 거부한 행위가 정당한 쟁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택배 당일배송 거부는 명백한 계약위반 행위”라며 “유족과 함께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김포 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중 세상을 떠났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처음 경험해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 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 파업이 종료되었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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