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 안했네?” 제주오픈카 사망 친언니의 절규

국민일보

“안전벨트 안했네?” 제주오픈카 사망 친언니의 절규

‘제주 오픈카 사건’ 유족, 가해자 엄벌 촉구
포렌식서 ‘사실혼 관계’, ‘음주운전 방조죄’ 등 검색

입력 2021-09-25 02:00
제주에서 음주 상태로 오픈카를 몰다 조수석에 탄 연인을 숨지게 한 이른바 ‘제주 오픈카 사건’ 피해자 A씨.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제주에서 음주 상태로 오픈카를 몰다 조수석에 탄 연인을 숨지게 한 이른바 ‘제주 오픈카 사건’ 피해자의 언니가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생을 죽음으로 내몬 ‘제주도 오픈카 사망 사건’의 친언니입니다. 부디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자신을 ‘제주 오픈카 사건’ 피해자 A씨의 친언니라고 밝힌 청원인은 “(사고가 난 지) 2년이 지났고, 동생이 떠난 지도 1년,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며 “너무나 처참하게 슬프고 가엽게 떠난 제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인 언니의 마지막 책임감이다.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게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A씨의 연인 B씨는 2019년 11월 10일 오전 1시쯤 제주시 한림읍에서 렌터카를 몰다 도로 오른쪽에 있던 연석과 돌담, 경운기를 차례로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B씨는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였다. 이 사고로 안전벨트를 매지 않고 조수석에 타고 있었던 A씨는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의식불명으로 지내다 결국 지난해 8월 사망했다.

청원인은 “(사고 당시 동생은) 오픈카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머리를 크게 부딪혀 뇌 수술만 5번, 갈비뼈는 부러져 폐를 찔렀고 쇄골뼈까지 어긋난 상태로 총 10번의 대수술을 했다”며 “결국 의식이 돌아오지 못한 동생은 투병 9개월 만에 뇌 손상으로, 그토록 아름다웠던 젊음을 펼치지도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청원인은 “동생이 생사를 오가며 사경을 헤맬 무렵, 가해자는 (사고) 당일 저녁 사실혼 관계를 동생 친구에게 주장하며 둘 관계의 증인이 되어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며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음주사고 후 차량 모습. SBS '그것이알고싶다' 방송 캡처

B씨의 태도에 의문을 품고 있던 청원인은 사고 사흘째 되던 날 동생의 휴대전화에서 1시간가량이 녹음된 음성파일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녹음 파일에 대해 청원인은 “‘헤어지자’는 가해자의 음성과 그런 그를 붙잡는 동생의 음성으로 시작됐다”며 “펜션 앞 주정차 후 다시 출발하자마자 서로의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말했다. ‘그럼 집에 가’라는 동생의 말과 함께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울리자 가해자가 ‘안전벨트 안 했네?’라며 질문했다. 동생이 ‘응’ 하고 대답하는 순간 가해자는 액셀을 밟았다. 굉장한 액셀 굉음과 함께 동생의 비명으로 끝이 난다”고 했다.

그는 “고작 2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벌어진 끔찍한 사고였다”며 “차가 출발했던 시작점과 사고 지점은 불과 500m다. 출발 후 몇 초 뒤 경고음이 울렸고, 제 동생은 그렇게 안전벨트를 착용할 여유도 없이 다시 차에 타자마자 단 19초 만에 삶을 잃었다. 내비게이션에 시간도 뜨지 않을 만큼 가까운 거리를 114㎞로 급가속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음성 녹음 이전에 남겨진 동영상 속에서도 가해자가 동생의 말과 다르게 동문서답으로 “좌회전해야 해”라는 영상이 있었는데, 가해자의 음성까지를 비롯하여 살인의 고의가 충분하다고 느껴졌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사고 사흘째 되던 날 동생의 휴대폰에서 1시간가량이 녹음된 음성파일을 발견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이어 “(가해자는 사고 당시) 여자친구가 먹고 싶다던 라면을 사러 가는 길이었고,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주의를 준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만일 그런 거라면 ‘안전벨트를 해야지’라고 말하거나 기다려주지 않고, (왜) 안전벨트를 안 한 걸 인지하고도 급가속을 했느냐”고 반문했다.

청원인은 “피할 수 없던 과실이었다면, 반사 신경에 의해 놀라 소리를 내기 마련인데 가해자가 무의식중에 정말 놀라서 내는 소리가 단 한마디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 상황을 예견하지 않은 이상 날아가 떨어진 여자친구의 상태를 확인하고도 소리를 안 낼 수 없을 텐데 마냥 조용했다고 전했다.

또 “구호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 119 구급대를 부른 신고자 또한 굉장한 소리에 놀라 나온 주민이었다”고 했다.

청원인은 “디지털 포렌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고 당일 가해자는 본인 휴대전화로 변호사 선임, 사실혼 관계, 음주운전 방조죄를 검색했다”며 “생채기 하나 없는 몸으로 형사 처벌을 피해 감형만 받으려 하며 본인의 안위 만을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떻게 사고가 난 거냐 물으니 잘 모르겠다며 오픈카 렌트도, 제주에 오자고 한 것도 전부 동생이었다더라. 그 순간에도 거짓말을 하며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고 모든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했다”고 강조했다.

청원인은 사고 이후 B씨가 음악을 들으며 수술실 앞에 신발을 벗고 앉아 변호사와 통화만 하다가 부모와 함께 병원을 빠져나간 뒤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청원인은 A씨의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고, A씨와의 추억이 담긴 자료를 SNS상에서 모두 삭제했다.

청원인은 끝으로 “가해자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구속 수사로 여전히 거리를 돌아다니며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로 제 동생의 억울함을 반드시 풀어주시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모든 진실이 드러나 정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가해자의 구속수사를 촉구한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이 사회와 격리조치 될 수 있도록 죗값에 대한 처벌이 마땅히 이루어지기를, 엄벌을 처해주시길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B씨에 대한 4차 공판은 오는 11월 4일 오후 3시에 열린다. 해당 청원은 24일 오후 8시 기준 1만 1000명 넘는 이들의 동의를 얻었다.

원태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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