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공소장’ 본 사람은 없다”…기소 1년 더 됐는데 [이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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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공소장’ 본 사람은 없다”…기소 1년 더 됐는데 [이슈&탐사]

[누구를 위한 범죄공개 금지인가] ③공인범죄 알권리는 없다

입력 2021-09-27 18:08 수정 2021-09-27 18:13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 17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후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지난해 9월 14일이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윤 의원이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설립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원금을 개인 용도로 썼다는 의혹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윤 의원 기소 직후 국회 일부 의원실은 이 사건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할 것을 법무부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무부는 대신 검찰 보도자료를 그대로 옮긴 공소사실 요지만 국회에 보냈다.

윤 의원 기소 후 378일이 지난 27일 현재까지 윤 의원 공소장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윤 의원 공소장 제출을 지난 3일 법무부에 다시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공소장 제출을 요구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다른 의원실에서도 공소장을 요청했는데 아직 받은 곳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첫 공판이 열린 뒤에는 형사사건 공소장을 원칙적으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윤 의원의 1심 첫 공판은 그가 재판에 넘겨진 지 11개월 만인 지난달 11일 열렸다. 윤 의원은 당시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면서 혐의를 부인했다. 첫 공판 후 47일이 지났지만 법무부는 공소장 제출 요구에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윤 의원 이외 공인 관련 사건의 공소장 공개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무부는 윤 의원 공소장과 함께 지난 3일 제출을 요청했던 이상직 무소속 의원의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사건,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공소장 등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이들 사건 모두 1심 첫 공판이 이미 진행된 것이다. 최 대표와 오 전 시장 사건은 1심 판결까지 나온 상태다. 유 의원은 “법무부가 여권 핵심이 연루된 사건의 공개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다른 사기 사건에 대해선 공개 결정을 내렸다. 국민일보는 지난 3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 ‘브이글로벌’ 일당의 2조2000억원대 다단계 사기 사건 공소장을 요청했고, 법무부는 지난 25일 이 공소장을 의원실에 제출했다. 법무부가 여권 인사 관련 사건 공소장 제출을 미루면서 비교적 민감하지 않은 사건 공소장에 대해선 공개 결정을 한 셈이다.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는 지난해 2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발표한 원칙에 따른 것이다. 당시 법무부는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이유로 기소 직후에는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했다. 검찰개혁 일환이었다. 조 의원은 “법무부는 여권 관련 의혹 사건은 감추는 게 원칙으로, 공소장 공개도 선택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문재인정부 검찰개혁 이전에는 주요 사건 공소장을 기소 직후 국회에 제출해왔다. 이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었다. 국민 알권리를 위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난해 2월 공소장 제출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대신 1심 첫 공판이 열린 뒤에는 공소장을 원칙적으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명예·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비공개 원칙이 설정된 후 첫 적용 대상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었다. 당시에도 정권 고위 인사의 비리 의혹에 대한 국민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법무부는 이 같은 공소장 비공개 원칙을 고수했다.

국회 관계자들은 이때부터 법무부가 주요 공인 범죄 등 민감한 사건에 대한 공소장 제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야당 의원실에서 여권 인사 관련 사건의 공소장을 요구했을 때 이런 경향이 더욱 심했다고 한다. 법무부가 오히려 공인 범죄 아닌 일반 형사사건에 대해선 비교적 수월하게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했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 조치가 국민 사생활 보호가 아니라 공적 인물 및 특정 진영 인사들의 범죄 공개를 제한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반인 폭행·살인 사건은 빠른 공개
국민일보는 공소장 제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2020년 2월 이후 법무부로부터 공소장을 제출받아 이를 언론에 일부 공개했던 여야 국회의원실에 취재 협조를 요청했다. 의원실이 요청한 공소장 목록과 법무부 답변 내용, 자료 제출에 걸린 기간 등을 조사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조수진 황보승희,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무소속 곽상도 의원실에서 공소장 제출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했다. 공소장 내용을 일부 언론에 공개했던 민주당 박주민 백혜련 의원실은 이와 관련해 따로 관리하는 자료가 없다고 답변했다.

조사 결과 의원실 5곳이 법무부에 공소장을 요청한 내역은 중복 요청까지 모두 합쳐 154건으로 나타났다. 국회 요청 공소장은 옵티머스 펀드 사건, 라임 펀드 사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버닝썬 사건 등 대부분 공적 인물이 얽혀있는 사건이었다. 정인이 사건과 용인 조카 물고문 살인 사건 등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사건도 일부 있었다.

154건 중 법무부가 국회에 공소장 전문을 보낸 사례는 58건(37.7%)이었다. 나머지 96건(62.3%)은 공소장 제출을 거부하거나 공소사실 요지만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 요청을 절반 이상 거부한 것이다. 특히 공소장 전문 제출이 거부된 96건 가운데 67건(69.8%)은 공인 관련 사건이었다.


문제는 법무부의 공소장 제출 여부와 시점이 사안에 따라 달라졌다는 것이다. 국회는 특히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2차례, 라임 펀드 사건과 관련해 16차례, 옵티머스 펀드 사건과 관련해 7차례 공소장을 제출받았다. 이 사건 모두 여권 관계자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했던 사건이었다. 법무부가 공소장 제출을 요청받아 제출하는 데 걸린 시간을 살펴보면, 울산 사건은 평균 16일,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은 평균 13일이 각각 걸렸다.

하지만 정치적 의혹 사건이 아닌 일반인의 폭행·살인 사건 등의 경우는 달랐다. 용인 조카 물고문 살인 사건 공소장은 요청 7일, 정인이 사건은 요청 4일 만에 각각 제출됐다. 아내를 맥주병으로 폭행해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사건의 공소장은 국회 의원실 요청 이틀 만에 제출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소 직후 공소장을 요청하면 법무부는 다 보내줬다”며 “추 전 장관 때부터 1심 첫 공판이 열리지 않은 사건은 공소장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 공소장은 한참 뭉개다가 서너 달 뒤에 법무부 규정을 이유로 주지 않는 식”이라며 “덜 민감한 사건은 공소장을 일찍 보내준다”고 말했다.

선별적 공소장 공개가 문제
법조계에서는 법무부가 법률 아닌 자체적으로 설정한 규정을 근거로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또 공소장 비공개는 우리 헌법에서 정한 공개재판의 원칙에도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7일 “기소가 이뤄져 법원으로 공이 넘어간 뒤에는 공소장 공개 여부가 재판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기소 이후에는 공소장을 원칙적으로 공개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선별적으로 (공소장을) 공개하려는 것 자체가 오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소장 공개는 주로 공적 인물이 관련된 국민적 관심 사건에서 주로 쟁점이 됐다”며 “이런 경우 적극적 공개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공소장은 당연히 공개하는 게 맞는다”며 “현 정부나 여당 관련 사건은 공개하지 않고 정치와 무관한 강력 범죄를 마구 공개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은 어차피 공소사실이 밝혀지게 된다”며 “수사가 마무리돼서 공소 제기가 됐다면 공소장을 공개해 지금보다 더 넓게 국민 알권리를 보장해주는 게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박세원 기자 one@kmib.co.kr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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