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 지껄이나 보게” 심석희, 올림픽 라커룸 녹취 의혹

국민일보

“뭐라 지껄이나 보게” 심석희, 올림픽 라커룸 녹취 의혹

입력 2021-10-14 09:25 수정 2021-10-14 11:04
쇼트트랙 선수 심석희. 뉴시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동료 선수를 비하하고 경기에서 ‘고의 충돌’을 시도했다는 논란에 휘말린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4·서울시청)가 당시 라커룸에서 불법 녹취를 시도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심석희와 조재범 전 코치의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변호인 의견서’에 따르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던 2018년 2월 20일 오후 7시쯤 1000m 예선 직후 심석희와 국가대표팀 A코치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여기서 심석희가 ‘라커룸 녹음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고 14일 CBS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먼저 A코치가 심석희에게 “1000m 진출을 축하한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자 심석희는 “매우 감격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최민정이 감독에게 뭐라고 지껄이나 들으려고 라커룸에 있다. 녹음해야지”라고 발언했다.

뒤이어 8시30분쯤 계주 결승 순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도 심석희는 “핸드폰 녹음기를 켜놓고 라커룸에 둘 거니까 말 조심하고 문자로 하자”고 말했고, 두 사람은 서로 ‘알았다’는 의미로 “ㅇㅇ”이라는 문자를 주고받았다.

이어 심석희는 “지금 라커룸에 유빈, 나, 민, 세유”라고 적었다. 심석희가 “내가 나가면 계주 이야기를 할 것 같다. 그래서 안 나가고 있다. 그냥 나가고 녹음기 켜둘까?”라고 하자 A코치는 “응”이라고 답했고, 심석희는 다시 “알았다”고 했다.

또 심석희가 A코치에게 “녹음을 하겠다” “말조심하라”고 사전에 주의를 주는 등 실제 녹음이 이뤄졌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대화 맥락상 심석희는 최민정 선수와 감독이 1000m 개인전 예선전 직후에 무슨 대화를 주고받았을지, 그리고 뒤이어 있을 3000m 계주에서 출전한 순번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고 싶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라커룸에는 심석희와 이유빈, 최민정 선수 그리고 박세혁 코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세 사람은 물론 빙상연맹 측도 녹취 시도 여부를 알진 못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대화 당사자인 A코치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다.

매체는 “사적인 대화, 사생활의 영역은 보호돼야 하지만 올림픽 대회 기간 중 경기장 라커룸에서 벌어진 국가대표 선수의 불법적인 행위는 공적 영역”이라면서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이들은 왜 원팀이 될 수 없었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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