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 언제 와요?” 창가 서성대는 1살 사랑이 [개st하우스]

국민일보

“우리 엄마 언제 와요?” 창가 서성대는 1살 사랑이 [개st하우스]

고독사한 견주, 홀로 남은 스피츠 사연

입력 2021-10-16 06:10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옆집 50대 아주머니는 수십년째 가족과 연락이 끊긴 무연고자였어요. 1살짜리 스피츠 한 마리를 자식처럼 예뻐했는데…. 지난 9월부터 아주머니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어요. 전날 밤에 진통제가 없다며 우리 집에 찾아오셨는데 다음날 돌아가신 거예요. 얘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으셨을까. 경찰이랑 구급차가 오고 난리가 났는데 강아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거예요. 놀란 개가 차도로 뛰쳐나왔고, 제가 직접 구조했어요.”
-사랑이 구조자 이주현(41)씨-

이번 사연의 주인공은 첫눈처럼 새하얀 1살 스피츠, 사랑이입니다. 한창 말썽과 애교를 부리느라 바쁠 ‘개린이’(개와 어린이를 합성한 인터넷 조어) 시기지만 누군가를 기다리듯 창가를 기웃거립니다. 그러다 50, 60대 여성이 나타나면 반갑게 달려가기를 벌써 1개월째 반복하고 있죠.

사랑이를 구조해 임시보호(임보) 중인 주현씨는 “고독사한 전 주인을 그리워해서 그런 것”이라고 설명하는데요. 8㎏의 작은 견공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애지중지 키우셨는데”…견주의 고독사, 홀로 남겨진 반려견

경기도 평택의 한적한 전원마을에 50대 여성 A씨가 있었습니다. 가족과 20여년째 연락이 끊긴 채 홀로 살던 A씨는 지난해 중순부터 3개월된 스피츠 사랑이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A씨의 반려견 사랑은 온 동네에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대기업 주차요원으로 일하던 A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이와 새벽 산책에 나섰다고 해요. 사랑이 밥과 산책을 챙겨야 한다며 퇴근 후 회식도 모두 거를 정도였죠. 매일 아침 A씨는 옥탑방 현관문을 활짝 열어두었는데 난간 틈새로 얼굴을 내민 사랑이의 귀여운 모습은 동네 볼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한 이웃 주민은 “A씨가 반려견을 마치 친자식 돌보듯했다”고 해요.

그러던 A씨가 지난달 13일, 사망한 채 발견됐습니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는 2주 전 코로나19 백신인 화이자 1차 접종을 맞은 뒤로 건강이상을 호소했지만 무연고자인 A씨에 대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습니다.

사망 전날 A씨는 전신에 통증을 호소하며 이웃 주현씨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주현씨는 “(A씨를) 병원에 모셔드리려 했지만 곧 친구가 찾아온다며 거절하셨다”면서 “그렇게 아끼는 사랑이를 두고 어떻게 눈을 감으셨을지 그저 안타깝다”고 전했습니다.

"기억이 이끄는 곳이에요" 산책을 나선 스피츠는 전 주인과 살던 옥탑방으로 취재진을 이끌었다.

스피츠와 제보자의 어머니가 옥탑방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보호규정 전무, 법적 사각에 놓인 무연고자의 반려동물

A씨의 죽음은 병문안 온 지인의 신고로 알려졌습니다. 한적한 전원마을에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울렸고, 출동한 경찰과 보건소 직원들이 A씨의 옥탑방에 들어왔습니다. 공무원들은 입구에 설치된 펫도어(동물 출입을 통제하는 안전문)을 철거했고, 그 과정에서 놀란 사랑이가 도로를 향해 뛰쳐나갔어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위험한 차도로 내몰린 사랑이. 하지만 시신과 현장 수습에 몰두한 나머지 아무도 사랑이를 챙기지 않았습니다.

무연고자인 보호자가 사망하면 남겨진 반려동물은 어떻게 될까요? 장사등에관한법률(장사법)에 따르면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사망한 무연고자의 시신과 유품을 수습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겨진 동물에 대한 내용은 없습니다. 동물보호법에도 보호 규정이 없으니 홀로 남은 반려동물은 법적 사각에 놓여 있습니다.

평택 동물보호소 관계자는 “연간 입소하는 (사망한 무연고자의 반려동물) 숫자는 10여 마리”라며 “드물게 이웃에서 데려다 키우기도 하지만 대개 경찰의 요청으로 보호소에 포획해온다”고 설명합니다.

거리에 나앉은 사랑이를 품어준 사람이 이웃 주민 주현씨입니다. 유기견으로 신고해서 동물보호소로 보내자는 이웃 의견도 있었지만 산책길에 반갑게 맞아주던 녀석을 방치할 수 없었다고 해요. 현재 사랑이는 주현씨가 키우던 4마리 견공과도 사이좋게 지내며 1개월째 임보를 받고 있습니다.

구조자 이주현씨가 사랑이를 구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무연고자가 홀로 사망하면 남은 반려동물은 아무런 법적 조치를 받지 못한다.

슬픔 딛고 새출발…사랑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지난 11일 국민일보는 경기도 평택의 임보처에서 사랑이를 만났어요. 녀석은 수줍음이 많았습니다. 낯선 취재진을 만나자 꼬리를 숨기고 1m씩 거리를 뒀지만 30분쯤 지나자 코를 킁킁 대며 곁으로 다가왔죠.

임보 1개월차이지만 여전히 사랑이는 떠난 견주를 그리워하는 듯합니다. 견주와 엇비슷해 보이는 60대 초반 주현씨 어머니 곁을 맴돌더니 산책 줄을 묶자 익숙한 산책길로 일행을 이끌었죠. 견주는 닭, 오리, 소고기 등으로 수제간식을 만들곤 했어요. 그 손맛을 기억해서일까요. 사랑이는 취재진이 사온 간식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임보자가 직접 말린 열빙어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옥탑방에서 갓 장만한 애견미용 도구가 발견됐습니다. 견주는 낯선 미용사의 손길이 무서울 사랑이를 위해 직접 털 미용을 배우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견주가 떠나고 1개월째 미용을 못한 탓에 발바닥 털이 수북이 자란 사랑이. 취재기자가 직접 클리퍼를 들었습니다. 그새 친해진 덕분인지 사랑이는 기자의 손길을 허락했고, 단 10분 만에 위생 미용을 마쳤습니다.

사망한 견주의 방에서 갓 장만한 미용도구가 발견됐다. 사랑이는 낯선 취재진에게 위생 미용을 받을 만큼 성격이 온순하다.

주현씨는 “사랑이는 중성화하지 않은 1살 암컷 스피츠”라며 “중성화에 동의하고 매일 1회씩 꼭 산책을 시켜줄 수 있는 분에게 입양 보내고 싶다”고 합니다. 견주와의 사별을 뒤로하고 새출발을 앞둔 사랑이에게 많은 응원 바랍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기사 하단의 입양 정보를 확인해주세요.


*수줍음 많은 스피츠, 사랑이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 8kg, 18개월 스피츠
- 암컷(중성화x), 중년 여성을 잘 따름
- 신중하지만 30분~1시간 뒤 마음을 여는 편
- 배변교육 완료, 아침에는 야외배변을 즐김.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url.kr/ubmi9j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PD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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