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최대 금지목록 ‘탱고’, 뉴욕에 돌아온다

국민일보

코로나19 최대 금지목록 ‘탱고’, 뉴욕에 돌아온다

입력 2021-10-17 14:57

‘가난한 자의 월츠 무도회.’

음악이자 댄스인 탱고에 붙여진 별명이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빈민층 거주지역에서 탄생한 탱고의 불문율은 남녀 한쌍의 파트너다. 절대 혼자 출 수 없는 춤, 음악만 듣고 있을 수 없는 음악….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 월츠에 비견된다. 거기다 4박자의 빠른 업템포도 월츠와 공유한다.

하지만 월츠와는 정반대의 정서가 탱고에는 짙게 배여있다. 월츠가 발랄하고 경쾌하기만 하다면, 탱고는 이상하리만큼 슬프고 어두운 구석이 있다. 춤을 추면서도 웃는 얼굴보다는 피곤하고 슬픈 얼굴을 한 무희들이 떠오른다.

월츠가 정장을 갖추고 왕궁이나 귀족 저택의 넒은 실내 회랑에서 추는 춤이라면, 탱고는 불빛조차 희미한 낡은 창고에서 땀 범벅이 된 작업복을 입은 채 추는 춤이다.
음악이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19세기가 저물고, 녹음된 음악이 주류로 자리잡은 ‘대중음악의 시대’ 20세기가 도래하자 탱고도 비상했다. 아르헨티나를 넘어 전세계로 탱고의 선율과 춤은 퍼져나갔다.

탱고에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플라멩코의 서정이 밑바닥에 흐른다. 이슬람의 침략으로 정복당했던 안달루시아인들은 절묘하게도 유럽의 정서와 아라비아의 리듬을 섞어 플라멩코로 자신들의 슬픔을 표현했다. 빠른 스텝에도 상체는 흔들리지 않는 무희의 우아한 춤사위, 하나의 손짓에 드리워진 피지배당한 자, 복종된 자들의 억압된 감정….

플라멩코가 부에노스아이레스 빈민가에선 탱고로 변화됐다. 그리고 탱고는 세계화됐다. 미국에서도 탱고는 오래전부터 사랑받아온 댄스이자 음악이었다.

2년전 탱고는 전대후문의 위기를 맞았다. 바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다. 사람의 호흡속 미세 비말에 의해 전염되는 치명적 질병이 급속하게 퍼지자, 각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올인했다. 지금도 각국의 나이트클럽, 댄스홀 등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가장 피페화된 영역에 속한다.




뉴욕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도시 가운데 하나였고, 여지없이 댄스홀 등은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랬던 이곳에서 다음주 대규모 탱고페스티벌이 재개된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 페스티벌에는 미국뿐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유명 탱고 댄서들도 초청됐다. 탱고 아코디온 연주자 헥터 루빈스타인은 16개월만에 문을 연 뉴욕 탱고클럽 ‘라 나시오날’에서 “모든 사람들과 함께 탱고를 처음 추던 감동을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페스티벌은 ‘위드 코로나’시대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백신 접종율이 60%이상을 기록한 미국사회에서 이 행사를 통해 코로나 극복의 열쇠가 제공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모인 행사장에서도 감염자가 억제되고, 감염되더라도 중증으로 전화되지 않는다면, 이제 다른 사회영역도 문을 열어도 된다는 뜻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엄청 조심은 해야겠지만, 4일 동안 페스티벌이 안전하게 진행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행사의 디렉터인 월터 페레즈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신창호 사회2부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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