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특별법 개정돼 배·보상 결정나도… 가족관계부에 발목”

국민일보

“4·3 특별법 개정돼 배·보상 결정나도… 가족관계부에 발목”

희생자에 대한 국가 배·보상금 지급 결정
당시 부모 사망으로 친인척 호적에 등재된 실제 유족은 상속 대상서 제외

입력 2021-10-17 15:26 수정 2021-10-17 15:33

4·3 발발 70년 만에 국가가 공권력 남용에 대한 책임을 지고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그런데 4·3 광풍 속에서 부모의 사망으로 친인척 호적에 입적해 살아온 실제 유족들은 한평생 아픔을 안고 살았으면서도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이 이뤄지지 않아 희생자 배·보상금 상속 대상에 포함되지 못 하게 됐다.

정부는 지난 2월 4·3특별법 개정으로 4·3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배·보상금 및 위자료 지급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내년 예산안에 1차연도 4·3 배·보상금 명목으로 1810억원을 편성하고 희생자 1인당 8960만원을 균등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특별법 개정 후속 작업으로 지난 7월부터 4·3 희생자와 유족을 대상으로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받고 있다. 그러나 10월 현재까지 접수된 정정 신청 건수는 20여건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공식 인정한 제주4·3 희생자 수(1만4533명)에 비해 정정 신청 건수가 이처럼 적은 것은 개정 4·3특별법에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정정 신청 대상을 희생자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생자의 사망 일시나 장소, 이름 등의 오류 정정은 가능하지만 유족이 자신이 실제 희생자의 친자임을 증명하는 호적 정정 신청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도에 정정 접수된 사례를 보면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할아버지와 손자가 부자지간으로 기록되거나 모친 뱃속에서 아버지를 여읜 경우가 대표적이다. 상당수의 유복자들이 죽은 부친을 대신해 큰아버지나 작은아버지의 딸 아들로 입적됐다.

어머니가 재가해 자녀들의 성을 바꾼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실제로는 4·3 유족이면서도 민법상 상속 대상에는 포함되지 못 한다.

유족들은 지난 2월 개정된 4·3특별법과 6월 시행된 시행령이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의원들은 “실제 피해를 입은 유족들이 상속 대상에서 제외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사망 기록이 없는 희생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사망기록 작성이나 사망기록이 있는 희생자의 사망일시나 사망장소를 정정할 수는 있지만 유족은 대상이 아니”라며 “우선 이달까지 제주도 전역에서 유족들의 호적 불일치 사례를 조사해 행정안전부에 실태를 알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구체적인 배·보상안 등의 내용을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은 이달 중 정부안으로 발의돼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심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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