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한국어 소통 능력, 양육자 지정 기준 안돼”

국민일보

대법 “한국어 소통 능력, 양육자 지정 기준 안돼”

공교육 등 한국어 습득 연습 기회 충분히 보장

입력 2021-10-17 16:04

한국어 소통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어린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뺏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와 베트남 국적 B씨의 이혼 및 양육자 지정 등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A씨를 양육자로 지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A씨와 B씨는 2015년 9월 혼인신고를 했고, 자녀 두 명을 낳았다. 두 사람은 2018년 8월 갈등을 빚다 B씨가 큰 딸을 데리고 나가 살게 되면서 별거 상태가 됐다. 별거 1년 후 이들은 서로 이혼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은 두 사람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A씨를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했다. 재판부는 B씨가 별거 기간 동안 큰 딸을 양육해 온 점, 친밀도가 남편에 비해 높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양육에 필요한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하고 거주지와 직장이 안정적이지 않다며 친권·양육권을 A씨에게 부여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미성년 자녀의 양육에 있어 한국어 소통능력이 부족한 외국인보다는 대한민국 국민인 상대방에게 양육되는 게 더 적합할 것이라는 추상적이고 막연한 판단으로 외국인 배우자가 미성년 자녀의 양육자로 지정되기에 부적합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공교육 등을 통해 미성년 자녀가 한국어를 습득하고 연습할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어, 외국인 부모의 한국어 능력이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성장과 복지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B씨는 큰딸을 2년이 넘는 기간 평온하게 양육하고 있다”며 “환경, 애정, 경제적 능력, 친밀도 등에 문제가 있다거나 A씨에 비해 적합하지 못하다고 볼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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