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日총리 야스쿠니 공물봉납…뒤통수냐, 수위 낮춘 조치냐

국민일보

기시다 日총리 야스쿠니 공물봉납…뒤통수냐, 수위 낮춘 조치냐

입력 2021-10-17 16:38 수정 2021-10-17 17:31
한·일 정상 첫 전화통화 이틀 뒤 기시다 공물봉납
뒤통수 주장에다 한·일 관계 악화 우려
청와대 “입장 없다”…외교부 “깊은 실망과 유감”
신사참배 대신 공물봉납…한국 등 의식한 조치 분석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중의원 해산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신임 일본 총리가 17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취임 후 처음으로 공물을 봉납했다.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하고 발전적인 한·일 관계 형성에 공감한지 불과 이틀만이다.

외교가에선 일본이 우리 정부의 뒤통수를 쳤다는 주장과 함께 양국 관계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주변국을 자극할 수 있는 신사 참배를 하지 않고 수위가 낮은 공물 봉납을 택한 것은 한국 등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신사를 직접 참배하는 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외교부는 기시다 총리의 공물 봉납에 대해 즉각 유감을 표했지만, 청와대는 입장을 자제했다. 실무 부처 차원에서 일본에 우려의 뜻을 전달하되, 임기말 한반도 비핵화 성과 창출을 위해 일본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청와대는 로키(low-key) 모드를 유지하는 ‘투트랙’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공물 봉납과 관련해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일각에선 난감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문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지난 15일 통화에서 한·일 공조의 중요성에 공감했다. 청와대는 통화를 계기로 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막식 참석 불발 이후 냉랭했던 양국 관계 개선을 기대했지만, 이틀만에 다시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다만 청와대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참배를 하지 않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역대 일본 총리들은 추계 예대제 때마다 신사 참배나 공물 봉납을 해 왔는데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을 의식해 공물 봉납을 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지통신도 “한국,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재임 기간 공물 봉납만 해 오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이날 퇴직 이후 처음으로 신사를 참배하면서 기시다 총리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볼 수 만은 없다는 분석도 있다.

외교부는 일본 전·현직 관료들의 야스쿠니 행보에 유감을 표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신내각 출범을 계기로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측도 “한·일 관계 변화를 기대했던 이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대통령과 일본 총리와의 통화 시점이 늦어지는 등 한·일 관계가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관계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세환 황윤태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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